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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0 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생활
카테고리 가정/생활
지은이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식채널,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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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정말 말 그래도 '아이의 사생활'이 궁금해서였다.
난 꼬꼬마들의 성장에서 오는 경이로움과 어린 시절의 인지 발달에 매우 관심이 많다.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뭔가 정말 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 담긴 아이의 심리 같은 것을 다루는  책은 아니었다.

성 정체성 / 다중 지능 / 자아 존중감 / 도덕성 등으로 나뉘어서 아이의 발달에 대한 총체적인 개념들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다룬다.
이런 내용들을 다루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여러 실험들 중 신기한 것도 정말 많았고, '이게 정말 사실이야?'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것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나는 어떻게 컸나, 나의 이 부분은 어떻게 발달했나,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날 키웠나, 하는 것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도덕성도 낮고 자아존중감도 낮고 성 정체성도 혼미하고, 다중지능도 잘 개발되지 않았고, 뭐 그런 생각이 들면서, 어렸을 때 부모님의 양육방식이 날 잘 키워내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 책은 어렸을 적에 많은 부분이 결정됨을 강조하기 때문에, 무언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 때문이다.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이 심오해지는 책이었다.
그저 꼬꼬마들에 대해 궁금해서 읽고 싶었던 처음 마음과는 달리, 그냥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사람의 삶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계속 읽으면서, 이  책에 나온대로 모범 부모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온 부모들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식이 다른 아이보다 뒤쳐지는데 그저 인내심을 갖고 바라볼 수 있으며, 아이의 사소한 호기심에 일일이 관심을 가져줄 수  있으며, 당췌 이해하기 힘든 아이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으며, 어린애 취급 않고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으며,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감정적이지 않게 대응할 수 있으며, 늘 모범적인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이를 가지기 전부터, 부모가 되면 이런 모습이 되어야지, 하고 수없이 다짐해보고, 부모로서의 역학을 끊임없이 숙지하여도, 그것을 모두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얼른 아이를 낳아서 사랑을 듬뿍 주며 키워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되는 일이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정말 내가 좀더 '어른'이 되면 아이를 낳아야겠다.
지금 내가 아이를 갖고 싶은 것은 그저 귀여운 나의 소유물을 갖고 싶은 어린애 같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이 책을 읽는다면 앞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부모가 되기에 어린 나 같은 사람이 읽더라도,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스스로의 자아존중감과, 자아정체성, 도덕성, 다중지능 등을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난 그저 '지금의 나'야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나란 사람은 거대한 과거가 만든 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과거,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봄으로서 나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또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부모와의 관계는 태어나자마자 처음 경험하는 관계이며, 불가피하고 지속적이며, 끊임없이 불만족하며, 그럼에도 너무나 사랑하는 관계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는 정말 하나의 세계이다.

나는 어떤 세계에서 커왔는지, 나의 후대에게 어떤 세계를 만들어볼 지 생각해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