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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06.26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너는 모른다 - 정이현

너는모른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정이현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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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 읽는 밤' 행사에서 정이현 작가님께 직접 싸인을 받은 책이다!
학기 내내 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다가 방학을 맞아 다 읽었다.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강에서 건져올린 시체 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시작해서 어린 여자아이의 실종이라는 역시 몹시 자극적인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배동 호화 빌라에 살 정도로 큰 사업을 하는 아빠는 사실 중국과 불법적인 거래를 하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모든 것들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한다.
그렇다고 추리 소설인 것은 아니다.
추리 소설 같은 분위기를 띄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피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는가.
잃어버린 유지를 찾기 위한 노력과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사이에서 각각의 구성원들은 눈물겹게 노력한다.
여러 갈등 구조 속에서 무엇이 정말 소중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계속 대두된다.

남편이 아닌 다른 연인이 있는 유지의 어머니와 의대를 다니는 척하면서 사실 학교를 안 나가고 있던 유지의 오빠 혜성, 유지와 아버지 쪽 식구를 모두 증오하며 방황하던 혜성의 누나 은성.
다들 가족들에게도 차마 밝히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한 채, 유지의 실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완전한 타인에게는 모든 이야기를 술술 하면서도 왜 가족에게는 모든 걸 털어놓지 못할까.
아무렇지 않게 나란히 앉아 티브이를 보는 사이이면서도 왜 서로는 서로에 대해 그토록 모를까.
가족이란 원래 증오와 사랑이 뒤범벅되어 있는 존재인가?
마냥 행복하고 풋풋하게만 그려지는 드라마 속 가족은 모두 허상인가?

전체적으로 '달콤한 나의 도시'가 주황빛 같았다면,
이 소설은 회색빛, 아니면 검은색 같았다.
읽는 내내 뭔가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다 읽은 후에도 약간의 우울함과 허망함이 남는 책이었다.


정이현 작가님이 책 읽는 밤에 너는 모른다에서 '뒷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가 쉽게 관심을 갖지 않는 누군가의 뒷모습에 대해서.
근데 읽으면서 왜 그런 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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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달콤한나의도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정이현 (문학과지성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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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막 들어선 여자의 고민이 구구절절이 담겨 있는 책.
직장, 연애, 결혼 이런 사소하지만 개인에게는 너무나 큰 고민들.
신기한 건 20대에 막 들어선 나에게 너무나 내 이야기 같았다는 것.
그래서 너무 술술 읽히고 재밌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오은수는 너무나 나 같았다.
'너는 모른다'에서 혜성의 누나로 나온 은성은 언제나 순간의 감정에 지나치게 충실하며 검은색 단화보다는 색색의 하이힐을 고르는 사람이라면, 오은수는 색색의 하이힐에 눈길을 주다가도 어느새 무난한 검은색 단화를 집어드는 인간형이다.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가끔 용기를 내기도 하지만 주로 우유부단한.

 "여자들은 왜 연애 초기만 지나면 다 마누라처럼 구는 거지? 이거 해라, 저거 하지마라, 너의 실존을 변화시켜서 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봐라, 왜 그런 요구들을 하는 거냐고."
 "사랑하니까 그렇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좀더 나아졌으면 하는 걸 거야."
 "아니. 사랑은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다 받아들이겠다는 약속 아니야?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여자들의 자존심과 관계있는 것 같아.  자기가 선택한 남자가 찌질한 걸 못 참는 거지. 자기 남자가 친구 남자보다 뒤처지는 걸, 꼭 자기가 친구한테 뒤지는 걸로 생각하는 거야."

연애의 정곡을 찌르는 듯한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오은수는 어떤 여자일까, 더 궁금해진다.
441쪽의 지면으로는 다 알 수가 없어서, 너무나 나 같은 여자 오은수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말은 뭔가 밍숭맹숭하다.
오은수가 엄청난 커리어우먼으로 승격하지도 그렇다고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남자를 만난 것도 아니다.
인생이 다 그렇듯-.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간다, 라고 하듯이 끝이 난다.
그래도 난 아직은 스무살에 갓 들어선, 만으로는 10대인 나이니까 그녀의 고민들을 좀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 보자, 생각해본다.
서른 살에 접어들면 현실에 부응하며 남들에 뒤처지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더 절박해질 테니까.
지금은 좀 더 여유를 가져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