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해당되는 글 7

  1. 2010.02.06 리스본행 야간열차1,2 - 파스칼 메르시어
  2. 2010.01.29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
  3. 2010.01.19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1
  4. 2010.01.17 경제 저격수의 고백 - 존 퍼킨스
  5. 2010.01.17 흑과 다의 환상 - 온다 리쿠 1
  6. 2010.01.06 이방인-알베르 까뮈
  7. 2010.01.04 보통의 존재 - 이석원 1

리스본행 야간열차1,2 -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스칼 메르시어 (들녘, 2007년)
상세보기

리스본행 야간열차. 2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스칼 메르시어 (들녘, 2007년)
상세보기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 그럼 말로는 도대체 뭘 해야 하느냐고 그레고리우스가 물었다. 독시아데스는 껄껄 웃었다. "스스로 말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지요! 그래서 말이 계속 이어지도록."


'상상력은 우리의 마지막 성소다.' 그가 늘 했던 말이지요.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내가 아빠의 상상에 대해 아는 게 있던가? 왜 우리는 부모의 상상에 대해 이다지도 모를까? 어떤 사람이 상상을 통해 받는 이미지에 대해 알지 못하면 우리는 이 사람에게서 과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부모들이 지닌 의도나 불안의 윤곽은, 완벽하게 무기력하고 자기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영혼에 달군 철필로 쓴 글씨처럼 새겨지지. 우리는 낙인찍힌 글을 찾고 해석하기 위해 평생을 보내면서도, 우리가 그걸 정말 이해했는지 결코 확신할 수 없어.


침대 끝에 걸터앉아 세상에 동화하며 살기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 - 계산이 된, 거리를 둔 - 이 옳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레고리우스라는 헤브라이어, 그리스어 등 고대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어느날 그가 아마데우 드 프라두 라는 포르투갈 의사가 쓴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아마데우 드 프라두를 좇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는 학교에 출근해서 아이를 가르치는 매일 똑같은 일상만 살아온, 다른 사람이 들으면 너무 지루한 인생처럼 들리는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전혀 다른 삶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글을 읽고, 거기에 대해서 그레고리우스가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피드백하는 형식의 글.
그리고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글에서는 읽을 수 없는 그의 진짜 삶과 역사를,
그와 삶을 함께 했던 사람들 - 그의 누이 아드리아나, 그의 환자였던 코우팅뉴 노인, 그의 오랜 연인이자 친구였던 마리아 주앙, 그의 스승이었던 바르톨로메우 신부,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조르지, 그의 늦둥이 동생 멜로디, 그와 함께 저항운동을 했던 주앙 에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삶을 붕괴시킬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 에스테피아- 과의 만남을 통해 알아가는 이야기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뛰어난 지적 능력과 외모를 지닌 사람이었고, 부유한 귀족이었으며, 그럼에도 삶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을 느꼈던 사람이고, 시를 사랑했던 예민한 감각의 사람이었다.

부유한 귀족 집안과 같은 특권을 지닌 사람들은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
자신의 특권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이며 행사하는 사람과, 그 특권을 부담스러운 짐처럼 여기는 사람.
아마데우 드 프라두는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의 특권은 그를 지탱해주는 무언가가 아니라 오히려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게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특권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자살이나 고통에 대한 항변을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지만,
 사실 그들이 지닌 예민함은 평범한 농부의 아들보다 더 괴로운 인생을 선사할 지도 모른다.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이 가르치는 언어를 정말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아마데우 또한 '아마데우가 언어 그 자체'라고 느껴질 만큼 언어를 사랑하고 글을 읽고 쓰는 것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언어'였다.
마지막에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레고리우스와 같은 기차를 탄 여자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이 「말이 있기 전, 세상의 침묵」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리라.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정말 여러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의 나라 언어를 쓰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그래서 일제시대 때 자신의 이름도 일본어식으로 바꿔서 부르곤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을 담은 것이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살면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 영혼은 사실이 있는 장소인가, 아니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 이야기의 거짓 그림자에 불과한가? - 이 어느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언어는 곧 영혼이고 영혼은 곧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책을 지은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페터 비에리)는 대학에서 언어철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소설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게 아닐까.


이탤릭체로 쓰여진 글들은 모두 책속의책, 즉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쓴 글들이다.
그가 쓴 글들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한 단어 한 단어 정성들여 읽어야 하는 시 같아서 읽는 데 오랜 시간 이 걸린다.
하지만 그렇게 그의 문장들을 꼼꼼히 읽다보면(그의 글을 따라 써보기 까지 하는 그레고리우스만큼은 못하지만), 어느새 아마데우의 고뇌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OUTLIERS)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2009년)
상세보기


이 책도 정말 한참 전부터 읽다가, 끝부분 조금 남겨두었던 책인데
문득 책상에서 뒹굴거리길래 마저 읽었다.
 
여러 모로 참 인상깊은 책이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저자의 분석에 정말 공감하는 바이다.
성공하는 사람과 재능이 많은 사람은 엄연히 다른 법.
역사 속에 비운의 천재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비운의 천재라고 기억조차 해주지 않는 정말 재능이 있었으나 묻혀버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잘 타고 나야한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기회를 움켜쥘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현명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우연적 요소가 얼마나 많이 작용하는가.
우리가 태어난 가정, 태어난 시기, 자라온 곳에서부터 이미 우리의 운명은 상당 부분 결정되었다.

*

그러나 역시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학생들의 수학 실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쌀농사를 지으면서 부지런함이 강조되었기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수학을 잘한다는 것.

TIMSS라는 각국 학생들의 수학, 과학 성취도를 비교하는 목적으로 전세계에서 수행되었는데,
부모의 교육수준, 친구들이 수학을 좋아하는지 등등의 문제가 120개나 된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이 줄문의 10~20개를 답하지 않고 넘어가다고 한다.
그런데 얼링 보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는 순위와 수학 시험 성적 순위는 일치한다.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똑같다.'

이 부분이 정말 놀라웠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결국 수학은 문제를 풀어내는 집중력과 끈기만 있으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는 소리다.
'난 정말 수학적 머리가 딸려서....'라고 하는 말은 결국 모두 핑계다.

나도 옛날부터 이렇게 생각했었다.
'하면 다 된다'라고.
주변에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따오는 친구, 수학 과목 학점을 휩쓰는 친구 등등 수학 잘하는 놈들이 꽤 많다.
어렸을 적엔 이런 사람들이 정말 비상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면 대부분이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오랫동안 수학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있다.

서울대에서 한 모종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성공할 확률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대 입시에서는 수학 과목 성적을 매우 비중 있게 본다.

그렇다면 아웃라이어에 나온 내용과 서울대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끈기 있는 사람 -> 수학 잘하는 사람 -> 성공하는 사람
결국 끈기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
그런데 나한테 가장 부족한 점은 ? 끈기...OTL
책을 읽어도 항상 끈기가 없어 끝까지 읽기가 힘들고ㅠㅠ (반의 반도 못 읽고 반납해버린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ㅎㅎ)

뭐 아무튼,
수학/과학 공부만 많이 해온 사람이다 보니 이 얘기가 가장 흥미진진했달까요.
아 물론 대한 항공 얘기도 정말 흥미진진했어요.
윗사람에 대한 예의와 완곡어법 때문에 피할 수 있었던 비행기 사고를 못 피했다는 것.
한국인으로서 참 공감했다죠^^;

*

일반적인 규칙을 넘어선 그 무엇, Outlier가 되기 위해서는 환경과 운도 중요하지만,
그 전엔 역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1만 시간의 법칙을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볼 수 있다.

오늘 어린 나이에도 너무나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던 곽민정 선수를 보고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 환한 웃음 뒤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숨어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뭉클해진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웃는 얼굴, 그 주름살에 숨어 있는 땀과 눈물의 흔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행운의 절반, 친구」중) 는 구절이 문득 생각난다. 

이제 기나긴 나태한 방학이 끝나고,
21학점의 빡센 학기를 들어야 하는 나에게 영향력 있는 충고를 해준 책이었다.
(다른 자기계발서들은 뭐뭐해야한다, 뭐뭐해라 식의 너무 뻔한 얘기만 해서 별 감흥도 없는데 이 책은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을 뿐인데 더 신선하고 영향력 있게  충고를 해주는 것 같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세계문학전집 94)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민음사, 2004년)
상세보기

그 때 세계는 내게 꿈이요 신이 창작한 허구로 보였다. 불만족스러워 하는 신의 눈앞에 피어오르는 알록달록한 연기와도 같았다.
 선과 악, 쾌락과 고통, 나와 너. 이것들이 나에게는 창조자의 눈앞에 피어오르는 알록달록한 연기로 생각되었다. 창조자는 자신으로부터 눈길을 돌리려 했고, 바로 그 때 세계를 창조했던 것이다.
*
이 세계, 영원히 불완전한 세계, 영원한 모순의 모사이며 그나마도 불완전한 모사. 이러한 세계를 만든 불완전한 창조자에게 주어진 도취적 쾌락. 나에게는 한때 세계가 그렇게 보였다.
*
나는 그대들의 마음속의 증오와 질투를 알고 있다.
그대들은 증오와 질투를 모를 정도로 위대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증오와 질투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만큼은 위대해지도록 하라!
*
그대들이 내게 말한다. '삶은 감당키 어렵다'라고.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대들은 아침에는 긍지를 가졌다가 저녁에는 체념하는가?
*
그렇다.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 망상 속에도 언제나 약간의 이성이 들어 있다.
*
고된 노동을 좋아하고 빠른 것, 새로운 것, 낯선 것을 좋아하는 그대들. 그대들 모두는 자신을 견뎌내지 못하며, 그대들의 부지런함은 도피이자 자기 자신을 망각하려는 의지다.
 그대들이 삶을 좀 더 믿었더라면, 순간에 자신을 내맡기는 일은 적었으련만. 그러나 그대들의 마음 속에는 기다릴 만한 충분한 내용이 없다. 아니, 게으름을 피울 만한 그런 내용조차 없다.
*
그들은 환자나 노인이나 시체와 마주치면 즉시 이렇게 말한다. '삶은 부정되었다!'
 그러나 부정되 것은 오직 그들 자신이며, 생존의 한 쪽 얼굴밖에 보지 못하는 그들의 눈일 따름이다.
 짙은 슬픔에 싸여, 죽음을 가져오는 사소한 우연을 갈망하면서 그들은 이를 악문 채 기다리고 있다.
 아니면 그들은 달콤한 설탕 과자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아울러 자신의 유치함을 비웃기도 한다. 그들은 지푸라기 같은 삶에 매달리면서도 그들이 아직도 지푸라기에 매달려있는 것을 비웃는다.
*
아, 나는 최고의 희망을 잃어버린 고귀한 자들을 알고 있었다. 희망을 잃은 그들은 이제 드높은 희망이라면 무조건 비방하였다.
 그들은 순간의 쾌락에 빠져, 뻔뻔하게 살았고, 하루하루의 삶을 사는 것 이외에 거의 아무런 목표도 가지지 않았다.
*
높이 오르면 나는 언제나 혼자입니다.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으며 고독이라는 냉기만이 나를 떨게 합니다. 나는 도대체 이 높은 곳에서 무엇을 바라는 걸까요?
*
나의 사랑과 희망을 걸고 그대에게 간절히 바라노니, 그대 영혼 속의 영웅을 버리지 마라! 그대의 최고의 희망을 신성하게 간직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기에 담은 문장들은 다 앞부분에 있는 것들이다.
오래전부터 탐내오던 책이었고, 읽자마자 반해버린 책이었지만, 채 다 못 읽었기 때문ㅠㅠ

한창 내 영혼이 불안정하던시절(?), 사실 얼마 전....
자기 전에 몇 챕터씩 읽다가 잠들곤 했었다.
읽다가 감동 받으면 벌떡 일어나 와닿는 문장을 적어두기도 하고 하면서.

갖고 다니면서 자투리 시간에 심심풀이로 읽기엔 내용이 너무 심오했기 때문에
항상 자기 전에 고요한 상태에서 읽으면서, 차라투스트라 아저씨 말씀의 감동을 한껏 들이키곤 했다.

인터넷 서점을 뒤적뒤적거리다가 룸메한테 어떤  책을 사는 게 좋을까 물어봤더니
룸메가 한 구절 한 구절 다 적어놓고 싶은 책, 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밤마다 느긋하게 읽다보니, 어느새 대출 기간이 끝나서 더 있으면 연체료가 또 마구 늘어날 것 같아서 (게다가 내 회원증으로 빌린 것도 아니었다) 냉큼 반납하고 말아서 아쉬웠다.
꼭 구매해서 다 읽을 때까지 밤마다 침대 동무가 되어줬으면!

결론 :
아직 니체는 잘 모르겠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Status Anxiety) - 알랭 드 보통  (0) 2010.01.19
농담 - 밀란 쿤데라  (0) 2010.01.19
경제 저격수의 고백 - 존 퍼킨스  (0) 2010.01.17
흑과 다의 환상 - 온다 리쿠  (1) 2010.01.17
독서취향 테스트 결과~~  (0) 2010.01.17

경제 저격수의 고백 - 존 퍼킨스

경제 저격수의 고백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존 퍼킨스 (황금가지, 2005년)
상세보기

이 책을 읽을 당시,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직후, 참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는데 그 당시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은 후 이러저러한 책을 또 주워 읽다 보니 이 책에 대한 그 감흥이 많이 식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 저격수의 고백'
'오래된 미래' 이후로 가장 인상 깊은 책이 아닌가 싶다.
'나마스테'도 물론 인상적인 책이었지만 그 무렵엔 거의 모든 것에 강한 인상을 받곤 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경제 저격수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금융 쪽에서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버는 그런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들이 고하는 금융계의 진실? 이런 내용을 예상하였지만,
내용은 나의 예상 전혀 밖이었다.
아니 내가 예상했던 것들보다 훨씬 스케일이 크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었다.

첫 서문에서부터 나는 그 무시무시함을 느꼈다.

'내 고객이자 내가 존경했으며 나와 통하는 면이 있다고 느꼈던 두 대통령, 곧 에콰도르의 하이메 롤도스와 파나마의 오마르 토리호스에 관한 내용을 쓰려고 했다. 두 대통령은 모두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죽음은 결코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 두 대통령은 모두 세계 제국을 건설하고자 서로 결탁한 기업, 정부 및 은행에 반대했기 때문에 암살당했다. 우리 경제 저격수들은 롤도스와 토리호스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경제 저격수들이 실패한 경우에 슬쩍 개입하여 좀 더 강도 높은 방법을 사용하는 미국 중앙 정보국의 자칼이 끼어들게 된 것이다.'

나는 이 모든 일들이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만 알았다.
미국의 정부와 기업이 결탁하고 그들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이런 일들이. 정말 프리즌 브레이크 따위에나 나오는 일들인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뭔가 알 수 없는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다.
대중들의 우매함...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동안의 나의 우매함.

한창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비리가 이슈이던 시기에,
이명박이 잘못을 저질렀단 사실이 어느 모로 보나 명백했으나,
그렇지 않다고 우기며 그를 옹호하는 언론들의 눈에 띄는 거짓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나를 오히려 꾸짖던 부모님들에게서 느꼈던 분노와 비슷한 분노감이었다.
대체 사람들은 왜 그런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거짓말에 속는다는 것에 화가 났다.
진실을 볼 수 있음에도 오히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을 택한다는 것에 화가 났다.

언론이란 것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힘 있는 자들의 미화된 모습을 전하는 것이었지, 진실을 전하는 기관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이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힘은 곧 돈이다 등등 복잡한 생각을 계속하다가
어떤 소유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에 정착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내가 무언가를 많이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결국 누군가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았단 것이다.
내가 쇼핑하고 있는 물건들 속에는 제3세계 아이들의 피와 땀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 물건을 사는 것은 양심적인 행동인가?
내가 그 물건을 사고, 제조사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제3세계 아이들의 임금이 올라가는가?
대답은 당연히 아니올시다 겠지.

오래된 미래 - 분노의 포도 - 농담 - 경제 저격수의 고백 으로 이어지는 독서에서 현대화의 폐해와 몰락한 사회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의 부패 등이 한 데 뒤엉켜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리고 언제나 궁극적인 질문은,
그래서 나의 역할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담 - 밀란 쿤데라  (0) 2010.01.19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1) 2010.01.19
흑과 다의 환상 - 온다 리쿠  (1) 2010.01.17
독서취향 테스트 결과~~  (0) 2010.01.17
빨간머리 앤  (0) 2010.01.16

흑과 다의 환상 - 온다 리쿠


흑과 다의 환상(상)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온다 리쿠 (북폴리오, 2006년)
상세보기

흑과 다의 환상(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온다 리쿠 (북폴리오, 2006년)
상세보기


* 그러나 사랑이 식었을 무렵의 침묵은 공허한 주제에 납덩어리처럼 무겁다. 그 무렵에는 말은 너무나도 무력해서, 어떤 말이든 블랙홀 같은 침묵이 삼켜버린다. 이 단계의 침묵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이 침묵을 깨뜨리고 싶어한다. 그리고 아직 사랑이 남아 있는 쪽은 침묵을 깨뜨리기 위해 사랑이 남아 있지 않은 쪽에게 설명을 요구한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말이란 서비스고, 대가를 얻기 위한 수단이다. 이미 대가를 바라지 않게 된 사람에게 서비스해 봤자 소용없다. 

* 인간은 역시 힘든 일을 겪어봐야 된다는 기분이 어딘가에 있는 거야. 이러면 안 되지, 힘든 일을 겪어보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어, 그렇게 말이야. 나는 거기에 결혼이라는 것의 심원한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겉으로 보기엔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주 교묘해. 입구는 재미있어 보이지. 어째서 이렇게 재미있는 걸 싫어하는 걸까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신이 나서 적극적으로 그 길을 선택해. 나중에 그게 고행이 돼서 부메랑처럼 자기에게 돌아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해. 아아, 이 얼마나 교묘한가. 환멸, 그것은 인간을 효과적으로 성장시키고 늙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결혼만큼 그 존재 안에 환멸에 내포된 것은 없다.

* 육체가 정신의 그릇이라 한다면, 정신은 시간의 그릇이 아닐까.

* 대학시절 친구를 만날 때 마음이 편한 것은 어차피 용 써봤자 이미 오래 전에 다 들통 났다는, 그 어리석고 자의식만 비대했던 십대 말과 이십대 초를 공유한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태반을 차지한다. 거꾸로 말하면, 사회에 나와서 얻은 친구들은 직장에서 동고동락한다는 연대감으로 묶여 있고 평생 친구로 남을 녀석이라도, 인생 제 2부의 친구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애초에 토대가 다르기 때문에. 제 1부의 인물과 제2부의 인물을 중복시키기 어렵다. 사람은 제2부에서 소원했던 인생을 손에 넣고 제2부의 자기 자신에 안주하는 것 같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본질은 역시 제1부에 있었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 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 사귄다는 것은 곧 동경하던 대상이 자기가 있는 곳까지 내려온다는 뜻이다. 그것은 근사한 체험이지만, 동시에 환멸이기도 하다.

* 젊음과 자연의 가치는 나이를 먹을수록 알게 된다. 양쪽 모두 그 한가운데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알지 못한다.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싫지는 않다. 가진 것이 젊음밖에 없던 시절에는 힘들었다. 유일한 카드인 젊음을 유용하게 사용할 방법도 모르고 목적도 발견하지 못한 채, 그저 괜히 조바심을 쳤다가 열등감에 시달렸다가 했다.

* 애정과 우정, 정열, 꿈. 그런 말들조차 감당하지 못하는데, 사랑 씩이나 되면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십대 때에는 아득히 먼 곳에서 빛나고 있는,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줄곧 찾다가 모르고 지나쳐버린 도로표식 같은 느낌이다. 결국 그게 없어도 목적지에는 도달할 수 있다.
 
* 사랑과 비슷한 것은 얻었다고 생각한다. 안식이라든지, 연대감이라든지. 하지만 사랑이라는 말에는 엄청난 파괴력 같은 것이 있다.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말에 흡수해서 동화시켜 버린다. 모든 것이 그 이름 앞에 엎드려 절하게 한다. 누구나 사랑 앞에 엎드려 절하고 싶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겁을 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말을 업신여기기도 하고, 조롱하기도 하고, 못 본 척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이 책 참 재밌다고 했었던 기억이 있다.
한 때, 그 친구의 취향이나 가치관 같은 것들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이 책 한 번 꼭 읽어봐야지, 하고 다짐했었고 그리고 이제야 읽게 되었다.
온다 리쿠의 책은 처음인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들의 삶은 정말 우리와 같은 '일상'이지만, 이 이야기는 '비일상'을 모티프로 삼은 여행 이야기다.
그래서 일상이지만서도 비일상을 맛보는, 그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이 참 좋았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정신세계도 신비의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인지 도무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어서 하루종일 책을 읽어 상,하권 다 읽었다.
보통 책을 참 느릿느릿 읽는 편인데 말이다.

남자 2명 여자 2명 이렇게 대학동창들끼리 떠난 여행을 떠나는데, 참 다들 선남선녀다.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가 분명하다.
여행에서 싸우는 일은 허다하지만, 그다지 싸움이라고 할 만한 갈등은 없다.
깨끗하다.
이렇게 잘난 친구들끼리는 서로에 대한 질투도 많지만 그들 사이에는 오직 애정밖에 없는 것 같다.
각자의 슬픔과 트라우마들이 있지만, 그 모두가 약간은 숭고한 슬픔이란 느낌이다.
깨끗하다.
인물 네 명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 사이의 관계가 참 이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물 네명이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신이 자기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자신의 이야기는 누구에게 하는 것이라도-자기 자신에게 할 때도 - 좀더 자기 우호적으로 좀 더 깨끗하게 씻어서 말하는 편이니까.
추한 면은 모두 삭제되고 쓰여있는 그런 이야기여서인지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숭배하게 되는 느낌의 소설이었다.
마치 셜록 홈즈를 읽으면 셜록 홈즈에 대해 막연하게 동경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을 주도록 쓰여진 소설이었다.

각자의 삶과 가치관이 섞여 있는 심오한 대화와 토론, 그리고 수수께끼스러운 과거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참 재밌다.
확실히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방인-알베르 까뮈

이방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알베르 카뮈 (책세상, 2003년)
상세보기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감동.

사형, 대략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로 뫼르소를 예측할 수 있었던 건 하나도 없었다. 일반적인 인물과 다르지만 묘하게 그 속에서 나의 어떤 부분을, 세상의 어떤 부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표현들 하나하나가 참 멋있었다 정말, 알베르 까뮈, 이 사람에게 노벨 문학상을 주지 않았다면 난 정말 분개했을 거다, 이 소설도 서른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쓰인 거고 오래 살지도 못한 알베르 까뮈. 그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던 대작 소설이 그의 요절로 완성되지 못했다는 게 참 안타깝다. 저번에 '왜 난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렇게 어린 나이의 이런 작품을 낼 수 있다는 게 참 놀랍다. 소설이나 시나 모든 문학 작품은 작가의 삶이 빚어낸 오색영롱한 구슬 같은 것이라고 느꼈었는데 말이다. 내가 글을 쓴다면 어쩐지 '초딩 같은' 느낌을 지워낼 수가 없는데......글을 읽으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방인,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그 알 수 없는 거리와 고독감, 그리고 마지막에 엄마가 떠오르는 부분에서 왜그렇게 울컥했던 걸까.  책 뒤에 있는 이방인 해설처럼 이 작품 속의 심오한 의미나 시대상을 읽는 것은 잘 못한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가슴이 콩닥콩닥 부르르르 뛰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해 난 해설을 읽지 않았다. 이런 콩닥거림을 나만의 언어로 설명해낼 수 있을 때까지 다시 읽어보고 싶다.

멋있다, 작가는 정말 멋있는 것 같다, 꼭 소장하고 싶은 책 !
꼭 다시, 또 다시 읽어볼 책!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취향 테스트 결과~~  (0) 2010.01.17
빨간머리 앤  (0) 2010.01.16
분노의 포도 - 존 스타인백  (0) 2010.01.16
HAPPY ENDING - 박광수, 김유철  (0) 2010.01.16
보통의 존재 - 이석원  (1) 2010.01.04

보통의 존재 - 이석원

보통의 존재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석원 (달, 2009년)
상세보기


책 표지가 노오란 게 너무 예쁘다.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것은 표지 일러스트 작가님 덕이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그 전부터 '보통의 존재', 이 제목만으로 나의 마음을 끌었었다.

당시 난 스스로가 특별하다는 그 어린아이스러운 아집이 날 괴롭히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얼굴, 몸매, 능력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내가 특별한 점을 찾으려고 갖은 노력을하다가 결국은 좌절감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절세미인도, 세기의 천재도 아니라 그냥 '보통으로' 살아가도 그 삶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창 그런 성장통을 겪다가,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이 책은 왠지 꼭 읽어봐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페이퍼에서 이 책에 대한 추천글을 읽었을 때,
만이천원은 가난한 대학생에게 적은 돈이 아님에도, 강남 교보문고에 가서 바로 질렀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황경신 페이퍼 편집장님이 책을 내도록 많이 격려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나는 이석원이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가 이혼을 했었다는 사실도, 그가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그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정말이지 '보통 사람'의 이야기다.
특별한 드라마,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극적인 이야기도 없고
스스로를 고귀하게 보이게 하고자 한 포장도 없다.
자신의 가족, 자신의 유년시절, 자신의 옛 연인,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거의 혼잣말을 하듯이, 발가벗은 듯이 얘기하고 있다.
짧은 이야기와 긴 이야기가 간간히 섞여 있어서 지루함 없이 그렇게 읽어나갈 수 있다.
소소한 이야기들에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를 짓게 되는 그런 책이다.

마지막 글을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어라? 이게 끝이야?'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좀 더,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취향 테스트 결과~~  (0) 2010.01.17
빨간머리 앤  (0) 2010.01.16
분노의 포도 - 존 스타인백  (0) 2010.01.16
HAPPY ENDING - 박광수, 김유철  (0) 2010.01.16
이방인-알베르 까뮈  (0) 2010.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