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해당되는 글 3

  1. 2010.09.03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2. 2010.01.29 그 해 여름 안에서의 이별
  3. 2010.01.28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창의적 글쓰기 시간에 교수님꼐서 잠깐 소개해주신 시인데,
너무 좋아서 자꾸 자꾸 생각난다^0^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발상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공감, 그리고 충격이다.
이 시는 공감의 예로써 소개해주신 글이었는데 정말 공감 백배.
정말,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 !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마저도 너일까 아닐까 조마조마하는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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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안에서의 이별


그 해 여름안에서의 이별

  - 이동규

유리창 너머로 축축한 거리 위의 시체들이 보인다
비극의 서막이 자랑스레 열리고 슬픔은
전선을 타고 내려와 내 마음을 감전시킨다
시계바늘은 이미 서녘으로 기운 지 오래, 어느덧
도시의 불빛 사이로 검은 비가 한창이다
탁자 위의 촛불은 민망함을 깜빡임으로 대신하고
날은 점점 무더워져 의식조차 흐물거린다
부끄러움의 윤곽을 찾아보려 해도
칠흑 같은 의식 속에선 그림자조차 무색하다
나에게는 곳이 없다, 쉼 없는 추락만이 있을 뿐이다
기억을 찬아 한없이 표류하는 숱한 설렘들은
이 공산 속에선 한숨뿐이다
색채를 더해봐도 그리움은 무채색이다
문득 카페 종업원이 내 슬픔의 종막을 재촉하며
회상의 무대 위로 커튼을 드리운다
문득 밖을 보니 거리 위 시체들도 점차 그 숫자가
쉬워진다, 이미 난 지칠 만큼 지쳤다
성급히 탁자 한 켠에 기억을 쓸어 뱉는다
그리고 오늘을 내 오랜 치부마냥 품에 안고 나가
고의적으로 퍼붓는 빗속에 분실할 것이다
그리고 얇고 공손한 혼잣말로 떨림을 대신한다

그 해 여름, 당신을 만났던 적이 있던가요?



실연을 겪은 카페에서 

이별의 슬픔을 아련하게 노래하는 듯한 시


그 해 여름에 겪었던 이별이 무더운 여름의 아지랑이처럼 흐물흐물 떠오르는 광경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지는 듯한 느낌의 시


서울대학교 대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중, 2005년 대상을 수상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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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참신한 표현이 많은,
예쁜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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