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에 해당되는 글 2

  1. 2010.12.25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2. 2010.09.19 스무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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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행동을 1년 동안 계속해봐. 그럼 주위에서도 포기해. 성격이란 건 기득권이야. 저 놈은 어쩔 수 없다고 손들게 만들면 이기는 거지."

"내 말이 맞잖아. 얘기를 들어보면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자기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질 않아. 그러니까 일단 톱니바퀴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고치기가 어렵지."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주는 게 말이다. 그런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신에게 감사하자.





사실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오는 책이다.
정말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그렇다고 교훈이 없는 게 아니다.
가볍게 읽으면서도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각기 다른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 또라이 정신과 의사 이라부에게 진찰을 받으러 오는 에피소드들이다.
숨이 턱턱 막히고 구토를 할 정도의 강박증은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우리도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나름의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간다.
오쿠다 히데오 씨는 재미있는 강박증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면서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게한다.

여기에 나오는 강박증 환자들의 강박증 요소는 다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정신없이 앞을 향해 달려가서 꽤 높은 위치에 도달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생긴 강박증 때문에 그동안 내가 잘 살아 온 것인가, 하고 되돌아보게 되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지키고자 하는 강박증인 것이다. 
'고슴도치'에서는 잘나가는 야쿠자 조직의 중간 보스였고,
'공중그네'에서는 서커스단에서 공중 묘기부분의 리더,
'장인의 가발'에서는 종합병원 교수의 딸과 결혼한 잘나가는 의사,
'3루수'에서는 9년째 프로에서 뛰고 있는 잘나가는 3루수,
'여류작가'에서는 베스트셀러만 몇 권을 낸 잘나가는 여류작가.
이렇게 다들 잘 나가는 사람들이고, 지금까지 잘만 나아갔던 사람들인데,
어느날 문득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강박증'
너무 조급한 마음과 불안 때문에 생긴 이런 강박증들은
세상에서 가장 태평한 것 같은, 정말 해표만큼이나 태평한 것 같은 이라부에게 비타민 주사를 몇 대 맞으면 치료된다.

이라부는 정말 생각이 없는 사람일까 ,생각이 없는 척하는 사람일까.
궁금하다.
그가 하는 생각 없는 행동들이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생각 있는 행동이었을까.
다소 혐오감이 들 수도 있고 또라이 같기도 하지만 뭔가 미워할 수 없는 이라부 의사.
정말 정말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스무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스무살도쿄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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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읽어본 오쿠다 히데오 소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했더니, 
도서관 추천 책 목록에 있는 "남쪽으로 튀어 - 오쿠다 히데오"를 매일 같이 봐왔다.
한 번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는데 결국 이 책을 먼저 읽게 됐다.
내 사랑 전봉관님의 추천으로 +ㅁ+

*

고다에게는 친구가 없는가-. 그렇기도 하겠지. 왕이 되면 친구는 없어지는 것이다.

남의 속마음을 들으면 어쩐지 나 자신까지 치유된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끼리 서로 통하면 용기가 솟구친다. 도쿄의 에너지는 분명 수많은 사람의 에너지다.

맞는 말이다. 
가슴은 답답한데, 내 속내를 말하긴 부담스러울 때, 누군가 자신의 가슴 깊은 곳의 얘기를 해주면 괜스레 위로가 된다.

*

에휴,
근데 괜히 심란해지는 책이었다.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 라는 건가." 
누가 한 말인가 했더니 모리시타였다. 녀석, 시건방진 소리를 다 한다.
하지만 비웃어줄 생각은 없었다. 녀석이 꽤 괜찮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른이 된 사내의 얼굴이었다.
화면에서는 군중이 환희의 퍼레이드를 거듭했다.
청춘의 끝을 맞이한 사내들은 그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고 있었다.

스물아홉, 스물아홉에야 도쿄에 처음 왔을 때의 꿈을 떠올리며, 청춘의 끝을 말한다.
나도 스물아홉까지 꿈을 꾸고 있을까.
그렇다면 스물아홉까지, 계속해서 포기하지 못한 꿈과 현실 사이의 힘든 줄타기를 계속되는 걸까.
아- 난 고작 스무살이다.
주인공 다무라가 이런 말을 들은 스무살.

"젊은 놈이 평론가 같은 거 되어서 뭐해? 저기 객석에 앉아서 남이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건 노인네들이나 하는 짓이야. 젊은 사람은 무대에 올라가야지! 못해도 상관없어,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내 머리와 내 몸을 움직여서 뭔가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 돼!"

가진 것 하나 없이, 무대에 올라가 일단 연기를 해봐야 하는 스무살.

*

1979년 6월 2일
1978년 4월 4일
1980년 12월 9일
1981년 9월 30일
1985년 1월 15일
1989년 11월 10일

이렇게, 한 장에서 각 연도의 하루만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무라의 인생이 한 막, 한 막 넘어간다.
한 단계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첫 키스를 한 날, 도쿄에 처음 온 날과 같이 기억에 선명한 한 순간이라는 점이 내 의견과 나름 일맥상통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거의 시간순이지만, 1979년과 1978년은 순서가 서로 뒤바뀌어 있다.
어쩌면 도쿄에 처음 온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면 다소 진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신선했다'-'

책장은 정말 술술술술 넘어간다.

그리고 1978년에도 일본에는 맥도날드가 있고 지하철이 있고 폭스바겐을 몰고 다닌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 때 그 시절의 대학 생활이 지금 나의 대학생활과 참 비슷해서 신기했다.
비록 나보다 술을 훨씬 많이 마시긴 하지만.

*

스무 살에 도쿄에서 겪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스무 살부터 스물 아홉까지 겪는 이야기였다.
청춘의 시작에서 끝으로 이어지는 소설.

내 청춘은 언제 시작했을까.
난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인지, 대학에 왔을 때도 다무라처럼 큰 해방감을 만끽하지 못했다.

아, 나는 지금 청춘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갑자기 자우림의 「청춘예찬」이 생각난다.
 젊은 나는 내 젊은을 절망하네
사춘기 시절부터 늘 가슴을 울리던 롸임 있는 이 가사,
언제까지 내 가슴을 울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