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에 해당되는 글 3

  1. 2010.09.19 공항에서 일주일을 - 알랭 드 보통
  2. 2010.04.06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 2
  3. 2010.01.19 불안(Status Anxiety) - 알랭 드 보통

공항에서 일주일을 - 알랭 드 보통

공항에서일주일을(히드로다이어리)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영미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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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화의 기록은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기도 하다." - 발터 벤야민(문화평론가)

그래도 그들이 나와주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냥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우리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고(우리가 작은 아이였을 때 누군가 가끔이라도 그렇게 해주었을 것이며,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절대 여기까지 올 힘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와주어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사회 생활에서는 힘과 강인함을 투사하며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지독하게 연약하고 위태로운 피조물들이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또 그들 역시 우리를 무시하지만, 늘 우리의 행복의 가능성을 볼모로 잡고 있는 소수가 있다.

작가들이 가정 내의 경험을 넘어서 밖을 내다보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현대 생활의 중심을 이루는 다른 기관에 상주하는 꿈을 꿔보았다. 은행, 핵발전소, 정부기관, 양로원 같은 곳. 그런 곳에서 여전히 무책임하고 주관적이고, 약간 별나면서도 세상에 대한 보고가 담긴 글을 쓰는 꿈을.

*

내 친구의 꿈은 공항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릴 적부터 어디 먼 데로 떠나는 것을 좋아했다고.
그런데 스튜어디스나 파일럿이 될 수는 없으니, 그냥 공항 창구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공항은 온갖 설레임과 로망이 가득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공항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이런 딱딱하고 무심한 말투보다,
좀 더 감성적인 말투로 쓰여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내가 기대했던 것은, 젊은 두 연인의 눈물어린 키스에 행인들이 동정심을 드러냈다는 관찰보다는, 공항에서 헤어지기까지 그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히드로 공항에서 나눈 클라이막스적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면, 히드로 공항에 더 애정이 생겼을 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기술」처럼 전반적인 여행에 대해 다룬 것도 아닌,
그렇다고 소설들처럼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히드로 공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1주일간의 관찰만이 담겨 있어서,
히드로 공항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애시당초 별로 없던 나로서는 그렇게 흥미롭게 읽을 수 없었다.
프루스트에 대한 배경지식과 일말의 애정도 없이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를 술술 읽을 수 없었던 것처럼.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생각의나무,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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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참 오랫동안 읽었다. (집에 가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가져갔다가 깜빡하고 놓고 오는 바람에ㅠㅠ)
제목도 참신하지만, 무엇보다 표지가 너무 너무 너무 예쁘다.
겉에 종이도 예쁘지만 종이 벗겨도 예쁘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불안'을 읽고 알랭 드 보통에 반해버렸기 때문에,
서점에서 이 책을 보자마자, 꼭 꼭 꼭 꼭 사고 싶었다.

철학,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가진 철학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어렵고 딱딱한 것, 혹은
밥벌이 안 되는 가난한 것, 딱 인도의 깡말랐고 벌거벗은 사두들 같은 이미지랄까?
이 정도가 전부였다.

철학으로부터 삶의 위안을 받는다....?
정말 눈곱만큼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정말 철학을 사랑하고, 알랭 드 보통 씨가 소개해준 많은 철학자들이 사랑스럽고, 
또한 나만의 철학을 갖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이 책에 대한 감상평을 정리요약해서 모두 말한 것 같다.

1. 철학자들, 정말 사랑스럽다.
특히 몽테뉴!
그들이 한 말들 모두 하나 하나가 너무 정확히 핵심을 찔러서,
나는 표현할 수 없었던 나의 생각의 소용돌이를 대신 표현해줘서 카타르시스 같은 유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지금까지 이렇게만 생각했던 것을, 저렇게도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니까 뭐랄까, 그들은 내가 느끼는 것들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느끼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들의 해석의 방식은 정말이지 그럴 듯하다.

2. 그리고 정말 위안이 된다!
그들의 해석방식을 나의 삶에 도입한다.
내가 좌절해했던 일은 그렇게 좌절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으며, 게다가 내가 겪는 고통은 삶의 완성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다.
내가 창피해했던 일은 창피해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으며, 모든 인간 본성으로,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하지,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그토록 갖지 못해 안달하는 것들은 행복과는 무관한 것들이었으며, 행복을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니, 정말 마음이 조금 느긋해지는 것 같다.

3. 그리고 철학이란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서 어떤 일들을 겪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겪은 일들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 철학.
나만의 견고한 철학이 있다면, 물론 적절히 바람직한 철학이어야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좋다는 거 좇아가기 바쁘고, 다른 사람들 시선을 신경쓰기 바쁜 요즘, 한층 여유를 갖고 느긋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느긋함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멋있는 것 같다.
왜 있잖아, 항상 느긋해보이는데 그게 허세가 아닌 사람들.

이 책을 읽음으로서 나도 그런 사람들에 한 발짝 가까워지지 않았나? 하는 혼자만의 생각^^


 마지막으로 책에 대해 말하자면, 
삽화가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글의 이해를 도우며,
철학자들이 쓴 글에서 인용구와 알랭 드 보통의 해석이 적절히 섞여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꽤나 여러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기 때문에 읽는 데 꽤 오랜 생각이 걸리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알랭 드 보통이 그렇듯이 난해하기보다는 유쾌하고 시크한 어투로 쓰여 있어서, 정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정말이지... 다시 한 번, 나도 알랭 드 보통처럼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 :)
아 그렇지만 이 책보다는 나는 불안이 더 좋았다.
이 책은 삶에 대한 위안이라는 주제 하에, 다양한 철학자들과 다양한 철학을 다뤄서 다소 난잡하게 느껴지는 데 비해, 불안은 '지위'와 '불안' 단 두가지의 키워드로 깔끔하게 설명이 되었달까?
 그래도 이 책이 더 예뻐서 더 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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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Status Anxiety) - 알랭 드 보통

불안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이레,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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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잊히고 무시당하는 존재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아무리 강하고 존경받는 존재라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가 결국은 가장 민주적인 물질, 즉 먼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기독교 부분 중에서
+
어떤 사람이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시인이 걸을 수 없는 것은 큰 날개 때문이다.
       해법-보헤미안 부분 중에서



불안, 'Status Anxiety', 영어 제목이 좀 더 확실하게 와 닿는다.
지위 걱정.
이 책은 지위, 그리고 불안에 대해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이 용어들을 책에서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불안에 대한 정의 다음으로는 불안에 대한 원인과 해법이 이어진다.
+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지위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이 책에서 불안 만큼이나 중요한 컨셉이 지위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여러 사회에서 지위는 어떤 식으로 규정되었으며, 사람들이 지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왔고 지위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런 설명들을 읽으면서 무식한 나로서는 작가의 박식함에 대해 감탄한다!
설명에 등장하는 다양한 예시들, 철학자들의 글과 문학 작품 뿐만 아니라 미술 분야까지.
사회에 대해 보여주는 모든 것들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한다.

요즘 나는 읽지 않은 책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
그의 책을 읽다보니 이 수많은 역사와 철학과 교양을 어떻게 다 습득하나 더욱 불안이 커져갔다.
이것도 알랭 드 보통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생각하는 높은 지위에 유식함이 포함되어 있고, 유식한 작가를 보며 질투와 시기를 하고, 나도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을 지 두려워하면서 불안을 느끼는 거겠지.
+
나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고, 어떤 지위를 바라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불안을 덜 느끼기 위해서 지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일상적이면서 철학적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그의 문체에는 언제나 적절한 유머가 섞여 있으면서 간결하다.(간결한 건 아닌가......잘 모르겠다 사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면서도 철학과 심리학을 끌어들이면서도 지루하기보다는 뭔가 통쾌하고 시크함을 잃지 않는 말투가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
우리는 어렸을 때 받았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집요하게 갈구한다는 포인트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지위를 얻고 싶어하는 것도 결국은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조건부 사랑에라도 의존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의 생각을 하면 속물근성도, 어떤 식의 지위이던 나쁘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
해법 부분에서는 정말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해법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오고 있는 물질만능주의적 능력주의적 지위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지위를 정의하고 그런 가치에 따라서 살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가 느끼는 지위가 타인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정의하고 거기서 위안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랄까.
결국 그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지위를 추구하고 그에 따른 불안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위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우리가 생각보다 높은 지위일 수도 있고, 그 지위는 쉽게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 수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안을 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 해법으로 제시된 보헤미안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인상 깊었지만,
보헤미안들은 특별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랄까, 특별한 것에 높은 지위를 두는 사고방식은 나름으로 그들에게 큰 불안과 스트레스를 안겨주었을 것 같다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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