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리뷰'에 해당되는 글 38

  1. 2011.08.30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2. 2011.06.26 너는 모른다 - 정이현
  3. 2011.06.26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4. 2011.04.13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5. 2011.04.13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섀퍼
  6. 2011.04.13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김영하
  7. 2011.04.10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김유철
  8. 2011.02.04 여름의 마지막 장미 - 온다 리쿠
  9. 2011.02.01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10. 2010.12.31 [스크랩] [penguin review] [마지막 잎새] [자기만의 방] [시학] 리뷰어 5명 모집합니다. (~1월10일)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달과6펜스(세계문학전집38)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서머셋 모옴 (민음사,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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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제목이 참 로맨틱해 :)

어떤 내용인지 전혀 프리뷰도 안 읽고 봤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로맨틱한 기운과는 달리 미술천재에 대한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저번 학기 내내 배웠던 잭슨 폴록이 생각나기도 하고,
얼마 전에 본 영화 세 얼간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이 책의 주인공인 스트릭랜드 씨는 미친 놈이고 그래서 천재다.
그가 마지막에 살았다던 에덴동산 같은 그 곳에서의 삶이 아련하게 부럽기도 했다.
그의 최후는 안타깝지만....
그리고 그의 걸작인 그 집이 온통 불탄 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쓰렸다.
비록 책 속 이야기지만 정말...

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림에 대한 시각적 묘사가 참 중요했을 텐데,
세세한 묘사보다는 추상적인 묘사로 그의 천재적인 그림에 대한 환상을 더 잘 불러일으킨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곳이 아니라 자신이 머물러 살 곳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문제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삶이란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나는 뭘 하며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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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 정이현

너는모른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정이현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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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 읽는 밤' 행사에서 정이현 작가님께 직접 싸인을 받은 책이다!
학기 내내 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다가 방학을 맞아 다 읽었다.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강에서 건져올린 시체 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시작해서 어린 여자아이의 실종이라는 역시 몹시 자극적인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배동 호화 빌라에 살 정도로 큰 사업을 하는 아빠는 사실 중국과 불법적인 거래를 하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모든 것들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한다.
그렇다고 추리 소설인 것은 아니다.
추리 소설 같은 분위기를 띄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피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는가.
잃어버린 유지를 찾기 위한 노력과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사이에서 각각의 구성원들은 눈물겹게 노력한다.
여러 갈등 구조 속에서 무엇이 정말 소중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계속 대두된다.

남편이 아닌 다른 연인이 있는 유지의 어머니와 의대를 다니는 척하면서 사실 학교를 안 나가고 있던 유지의 오빠 혜성, 유지와 아버지 쪽 식구를 모두 증오하며 방황하던 혜성의 누나 은성.
다들 가족들에게도 차마 밝히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한 채, 유지의 실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완전한 타인에게는 모든 이야기를 술술 하면서도 왜 가족에게는 모든 걸 털어놓지 못할까.
아무렇지 않게 나란히 앉아 티브이를 보는 사이이면서도 왜 서로는 서로에 대해 그토록 모를까.
가족이란 원래 증오와 사랑이 뒤범벅되어 있는 존재인가?
마냥 행복하고 풋풋하게만 그려지는 드라마 속 가족은 모두 허상인가?

전체적으로 '달콤한 나의 도시'가 주황빛 같았다면,
이 소설은 회색빛, 아니면 검은색 같았다.
읽는 내내 뭔가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다 읽은 후에도 약간의 우울함과 허망함이 남는 책이었다.


정이현 작가님이 책 읽는 밤에 너는 모른다에서 '뒷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가 쉽게 관심을 갖지 않는 누군가의 뒷모습에 대해서.
근데 읽으면서 왜 그런 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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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달콤한나의도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정이현 (문학과지성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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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막 들어선 여자의 고민이 구구절절이 담겨 있는 책.
직장, 연애, 결혼 이런 사소하지만 개인에게는 너무나 큰 고민들.
신기한 건 20대에 막 들어선 나에게 너무나 내 이야기 같았다는 것.
그래서 너무 술술 읽히고 재밌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오은수는 너무나 나 같았다.
'너는 모른다'에서 혜성의 누나로 나온 은성은 언제나 순간의 감정에 지나치게 충실하며 검은색 단화보다는 색색의 하이힐을 고르는 사람이라면, 오은수는 색색의 하이힐에 눈길을 주다가도 어느새 무난한 검은색 단화를 집어드는 인간형이다.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가끔 용기를 내기도 하지만 주로 우유부단한.

 "여자들은 왜 연애 초기만 지나면 다 마누라처럼 구는 거지? 이거 해라, 저거 하지마라, 너의 실존을 변화시켜서 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봐라, 왜 그런 요구들을 하는 거냐고."
 "사랑하니까 그렇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좀더 나아졌으면 하는 걸 거야."
 "아니. 사랑은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다 받아들이겠다는 약속 아니야?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여자들의 자존심과 관계있는 것 같아.  자기가 선택한 남자가 찌질한 걸 못 참는 거지. 자기 남자가 친구 남자보다 뒤처지는 걸, 꼭 자기가 친구한테 뒤지는 걸로 생각하는 거야."

연애의 정곡을 찌르는 듯한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오은수는 어떤 여자일까, 더 궁금해진다.
441쪽의 지면으로는 다 알 수가 없어서, 너무나 나 같은 여자 오은수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말은 뭔가 밍숭맹숭하다.
오은수가 엄청난 커리어우먼으로 승격하지도 그렇다고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남자를 만난 것도 아니다.
인생이 다 그렇듯-.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간다, 라고 하듯이 끝이 난다.
그래도 난 아직은 스무살에 갓 들어선, 만으로는 10대인 나이니까 그녀의 고민들을 좀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 보자, 생각해본다.
서른 살에 접어들면 현실에 부응하며 남들에 뒤처지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더 절박해질 테니까.
지금은 좀 더 여유를 가져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빌브라이슨발칙한미국학미국인도모르는미국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영미에세이
지은이 빌 브라이슨 (21세기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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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유쾌하다는 소설을 여럿 읽어보았지만,
이 책이 진짜 대박이다!
정말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는 책이다.
어쩜 이렇게 위트가 넘치시는지.

책을 읽으면서 혼자 계속 참지 못하고 낄낄대고 있으니까,
옆에서 언니가 뭐가 그리 재밌냐며 뺏어 읽더니 자신도 똑같이 낄낄대더라.

미국인이지만, 영국에서 계속 살다가, 미국에 돌아와서 다시금 느끼는 미국 느낌.
영국과 다른 미국 느낌에 대해 짤막한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진짜 그냥 웃긴 글도 있고, '아, 그렇구나~~' 하고 미국에 대해 신기하게 알게 된 글도 있고,
정치나 국제사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도 있다.

글의 길이가 길지 않고, 문장도 참 간결해서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앞으로 빌 브라이슨의 책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섀퍼

건지감자껍질파이북클럽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메리 앤 섀퍼 (이덴슬리벨,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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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유쾌한 책이라고 해서,
당시 기말보고서로 '유쾌한 소설'을 쓰고 싶어서 한 번 읽어보았다.
읽은 지 참 오래 된 책이다
하지만 결국 나의 기말보고서는 쥐뿔도 유쾌하지 못했지만.....ㅠㅠ

뭔가 깔깔거리고 웃을 만한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참 귀엽고 소소한 이야기다.
신기한 건 소설이 전부 편지로 구성된다는 것.
그런데 편지만으로도 정말 내용의 끊김 없이 잘 이해가 쏙쏙 된다.

이 책 주인공 이름도 까먹었는데,
주인공이 서른살쯤 먹은 여류작가인데 참 귀엽다.
서른살 같지가 않고 십대 여자 같다.

건지 섬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칼럼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그리고 결국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에 골인까지 !
하는 정말이지 귀엽고 소소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귀엽고 소소함 속에서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이야기에 19금 내용도 하나도 없어서, 초중학생들이 읽어도 참 좋을 것 같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김영하

무슨일이일어났는지는아무도그들에겐무슨일이일어났을까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영하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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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영하 아저씨를 정말 좋아한다
빛의 제국을 읽고 팬이 되었을 수도 있고,
퀴즈쇼를 읽고 팬이 되었을 수도 있고,
그의 책을 읽어 보기도 전에 강연 때 그를 보고 위트 있는 그의 모습에 팬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난 김영하 아저씨를 정말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이 책이 보이자마자 집어들었다.

신기했던 점은 
바다 이야기 중 하나는 김영하 아저씨가 강연 때 보여줬던 이야기였다
그 때 플래쉬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면서 막 보여줬던 것 같은데
정말 짧은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임팩트 있고 자꾸만 생각이 나서 ,
그냥 플래쉬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발로 만들어도 이렇게나 임팩트 있다니 역시 작가는 달라!!+_+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단편을 엮은 책에 엄연히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실은 작가에게도 꽤나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나 보다.

김영하 아저씨의 소설은 항상 정말 재미있다.
재미있다는 게 어떤 거냐면, 스토리가 참 사람을 빨려들게 하는 소용돌이 같이 참 잘 만들어져있다.
늘 그가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하 아저씨의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일단 읽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장편이나 단편이나 똑같더라.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뒤에 뭔가 찌립찌립한 여운이 남는 임팩트가 있다.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김유철

사라다햄버튼의겨울-제15회문학동네작가상수상작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유철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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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빨리 다 읽을 수 있었다

정말 '스토리'라고 할 만한 스토리가 없지만 이상하게 재미있는 책이다

그렇게 감동적이지도 그렇게 충격적이지도 않은데,

현대 사회의 모습을 찬찬히 비춰주는 것 같다

 


여름의 마지막 장미 - 온다 리쿠

여름의마지막장미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온다 리쿠 (재인,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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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게 보이는 일을 하는 인간들 중에는 밖으로 내보이는 얼굴이 평소와 다름 없는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이 있다. 나나 미즈호는 평소와 다름 없는 부류이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실수로 결점을 드러낼 일도 없다. 반대로 싹 바뀌는 타입은,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바꿔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리라. 그런 사람은 어디에선가는 정신을 놓고 있어야지, 안 그러면 본인이 느끼는 이상으로 심신이 소모된다.
 **

뭔가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요즈음의 나는 나에게는 닿을 바닥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 혼자, 또는 나의 바닥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 바닥에 닿는다.
그리고 바닥을 딛고 그 반작용으로 다시 원래의 고도로 돌아와 평소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마도 그런 바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분명히 조금 눅눅한 지하실을, 깊숙한 곳에 바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와 결혼을 해야 한다면, 아마도 그 지하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내 생각과 비슷한 맥락의 부분이라서 인상 깊었다.

 그 세 자매뿐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하루하루 자신의 허상을 만들어 간다.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상, 남들이 이것을 자신이라고 여겨 줬으면 하는 상을.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이래서 온다 리쿠 소설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다 리쿠는 허상을 그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궤뚫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소설도 비슷한 연장선 상에 있다.
기억을 만들어내는.
다들 자신만의 기묘한 기억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아무튼 그 세여자는 아무도 관여할 수 없는 기묘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사쿠라코는 주장한다. 그야 그럴 것이다. 우리가 그렇듯,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정한 세계에서만 생활할 수 있다. 불현듯, 이 호텔에 묵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런 유가 아닐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뒤틀린 망상의 세계에 사는 자매가 뒤틀린 인간들을 초대한다.
 **

뒤틀린 사람들이 풀어내는 기묘한 사실 같은 허구들에 탐닉하는 나도 뒤틀린 인간들, 그런 유인 것일까?
두 번째로 읽는 온다 리쿠 소설이다.
처음 읽은 것은 「흑과 다의 환상」.
그 책에서나, 여기에서나, 조금 기묘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작가는 만들어 낸다.
숲 속 호텔과 같이 다소 음침하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 
선택 받은 사람들만 초대 받아 오는 밀폐된 사회,
그리고 우리에게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운 사람들. 도키미쓰와 사쿠라코.
흑과 다의 환상에서도 다들 선남선녀에 특히 한 명은 아주 매력적인 남자였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일본 이름은 너무 어려워.... ㅠㅠ 
기묘하지만 아름다운 비일상적인 세계가 나를 유혹한다.
온다 리쿠가 생생히 재현하는 환상에 두 번 모두 완벽히 유혹 당했고 빠져들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네가누구든얼마나외롭든김연수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연수 (문학동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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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가 저물어도 그 빛은 키 큰 나무 우듬지에 걸려 있듯, 꿈은 끝나도 마음은 오랫동안 그 주위를 서성거릴 수 밖에 없는 법이다. 그런 까닭에 인생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지속된다.

나는 고립된 사람들에게 현실이 한순간 흔들리면서 그보다 더 생생한 환상이 나타나는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떠들어댔다. 제아무리 견고하다 해도 현실은 인간의 감각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이므로. 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감각이 바뀌면서 현실이 무르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마련인데, 이를 두고 십자가의 성 요한은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이라고 불렀다.

도덕적이고 공적이라는 말은 그런 욕망을 지닌 우리들이 그 욕망의 대상들보다 사회적 위치가 높다는 사실을 뜻했다. 실제로 도덕적으로 욕망할 때도 그랬지만, 도덕적으로 욕망한다고 생각할 때도 우리는 스스로 뭔가를 희생하고 있다고 믿었고, 뭔가를 희생하는 한, 우리는 스스로  욕망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내게 느닷없이 특정한 대상을 향한, 그 어떤 희생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너무나 사적인 욕망이 자리잡았으므로 나는 당연하게도 그 욕망을 부도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명백히 부도덕한 모든 것들은 인간의 무의식을 점령하고 거기서 떠나지 않는다.

가장 육체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사랑은 그런 온기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평소보다 약간 더 따뜻한 상태. 하지만 한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몸에서 전해지는 그 정도의 온기면 충분했다.

폭력의 반대말은 비폭력이 아니라 권력이라고 한나 아렌트는 말한 바 있다. 권력이 훼손될 때, 그러니까 권력이 다른 곳으로 이양될 때, 폭력은 일어난다. 권력 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정권 아래에서 폭력이 빈번한 까닭은 그 때문이다. 그런 정권은 대리 감시자들에게 그 불안한 권력을 나눠주는 것으로 권력 유지의 한 방편을 삼는다. 그 대리 감시자들의 불안한 권력은 언제라도 다른 곳으로 이전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일상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우리가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롭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우울증, 강한 상대에게 품게 되는 열등감, 선한 사람이 마땅히 가지는 죄책감 등이 압도적인 폭력이 시기를 만나게 되면 때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때의 나로서는 어디서 어디까지를 일컬어 사랑이라고 말해야 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지만, 1980년대에 많은사람들이 다른 감정들, 예를 들어 증오심이나 복수심, 혹은 공명심 등을 사랑으로 오인한 것만은 분명했다.



표현이나 문장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 부분에서는 빠져들었으나, 뒷부분으로 갈 수록 지루해지는 느낌.
지루한 1980년대의 운동권에 대한 이야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작가는 운동권이었던 사람이겠지...?
그 때 그 시절, 운동권이었던 사람들은 그 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짧은 내 생각으로는, 그 때를 회상하는 느낌이 내가 뮤지컬 무대에 올랐을 때의 그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은 어떤 개념-마르크스주의 같은 것들-에 푹 빠져 있었고 열렬했고,
그리고 그 열렬한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됐다.
그리고 모두 하나가 되어서 고함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했을 때 그들은 아마도 '환희'를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고함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전하려는 뜻이 얼마나 전달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그 때 그 순간의 터질 듯한 환희에 취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모든 정치적 격동이 끝난 후에야 태어난 나의 추측이다.
강한 누군가가 억압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다가도 정작 이뤄지고 나면, 사회주의 체제가 생기고 나면, 결국은 뿔뿔이 흩어지고 무너지고 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이기기 어려운 상대에 맞서고 있다는 것만으로 쾌감을 느낀다.
혼자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복종해야만 했던 상대를, '집단'이 되어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들은 싸우고 싶을 나이에 실컷 싸웠다.
그리고 그들이 열렬하게 참여했던 싸움은 한국 현대사가 되었다.
그러니 어찌 그들이 그 때 그 시절을 잊겠는가?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정말 아주 먼 이야기 같을 뿐이다.
불과 몇십년 전 일인데, 어찌 그렇게 사람들의 삶이 다를까 희한할 뿐이다.
주인공이 이길용의 삶을 정말 허구인 것 같 은 진실로, 먼 나라 이야기로 바라보는 것처럼
나에게도 운동권 이야기는 그렇다.
마치 쇼윈도를 통해 보는 복고풍 옷 같은 느낌이다.
가게 주인은 복고풍 옷을 화려하게 전시해 놓지만, 그것들과 나 사이에는 시대의 차이라는 견고한 유리벽이 존재하고 있고,
나는 무관심하게 쇼윈도를 지나가고 만다. 바쁜 발걸음으로.
뒷부분에 갈 수록 많이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을 읽는 나의 느낌은 그러했다.
무감각했고 흥미도 없었다.
첫 부분을 읽으며 기대했던 것은 어떤 러브스토리였던 것 같다.
1900년대 초반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여러 사람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개연성으로 묶으려고 한 것 같았으나,
나에게는 그 개연성들도 부족해 보였다.
그저 그 시절의 단상들을 토막 토막 이어붙이려고 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스토리보다는 시대상을 읽게 된 책이었다.



[스크랩] [penguin review] [마지막 잎새] [자기만의 방] [시학] 리뷰어 5명 모집합니다. (~1월10일)





















펭귄클래식 신간 리뷰어 모집합니다.

리뷰 기간은 넉넉히 드리는 대신 확실히 리뷰를 작성해주셔야 합니다.

책만 받고 리뷰는 건너뛰겠어! 하시는 양심 없는 분들은 펭클 친구들 중에 안 계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

만일 책만 받고 아무런- 까닭 없이 예고 없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분에게는 무시무시한 일이^^;;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으니 좀만 연기해주삼- 음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렇담 좀 연기해드리겠습니다~

대신 미리 제게 쪽지나 메일로 알려주셔야 합니다.

 

리뷰 형식은 성심성의껏 써주시면 됩니다.

펭클 서평 공간에 작성해주시면 되구요, 온라인 서점 2곳 이상에 리뷰 올려주시고 URL 첨부해주세요. 리뷰 기간은 책을 받으신 후부터 3주 이내에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1월 10일까지 지원자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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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잎새] [자기만의 방] [시학] 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댓글로 작성해주세요. 댓글 작성시 작품 제목 먼저 써주세요.

각 작품 5명씩 리뷰어 모집합니다.

펭클 친구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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