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52

  1. 2017.11.26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 2012.12.04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3. 2012.08.31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4. 2012.08.19 헬프 - 캐서린 스토킷
  5. 2012.08.19 청바지 돌려입기 - 앤 브래셰어즈
  6. 2011.08.30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7. 2011.06.27 아가미 - 구병모 1
  8. 2011.06.26 너는 모른다 - 정이현
  9. 2011.06.26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10. 2011.04.13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정말 오랜만에 이 블로그에 글을 쓴다. 심지어 이 글을 쓰기 위해 휴면 계정을 다시 되살려야했다. 


책과 문학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대폭 줄어들었다. 아마 이유는 내가 영어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그러다보니 책 한 권을 읽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특히 문학책은 더 꺼리게 된다. 그리고 독후감도 영어로 쓰려고 하다보니 장벽이 높아 결국 안 쓰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오랜만에 친구가 빌려줘서 한글 책을 읽게 됐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데 전혀 몰랐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훈훈한 감동이 있는 책이다. 난 보통 어둡고 우울하고 인간 내면의 고독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완전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후루룩 읽을 수 있고 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할 것 같은 책이었다. 



— 여기부터 스포일러 주의 — 



이 책은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을 의뢰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고민 사연 중에 역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약간의 새드 엔딩이라고 볼 수 있는 야반도주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중학생의 남자아이가 부유한 집에 살다가,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면서 어마어마한 빚이 생기고, 화목했던 집안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결국에는 부모님이 야반도주를 계획하게 된다. 성공한 사업가인 아버지를 동경하며 살아가던 이 남자아이는 아버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과 신뢰가 급격하게 불신으로 변하고, 비겁하게 야반도주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가기 싫어진다.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는 편지를 나미야 잡화점에 보내고,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는 어떻게 되든 가족이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게 낫지 않겠냐고 조언한다. 


그 말을 듣고 남자아이는 부모님을 따라나서지만, 야반도주를 떠나는 날 밤 막판에 마음이 돌아서버린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밴드 비틀즈의 레코드판들을 전부 친구에게 만엔을 받고 팔고 돌아오는데, 아버지는 그걸 고작 만엔에 파냐고 잔소리를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참는다. 짐을 모두 싣고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리는데, 휴게소 화장실에서 아버지는 그 얘기를 또 꺼내고 만다. 만 엔이 있으니까 앞으로 당분간은 용돈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고작 만엔을 가지고 쪼잔하게 구는 아버지가 너무나 미운 와중에, 아버지가 볼일을 본 후 손도 씻지 않고 화장실을 나가 버린다. 그 순간 아버지를 믿어보겠다는 그 실낱 같은 희망은 툭 끊겨버린다. 화장실을 나와 남자아이는 무작정 달려서 자신만의 길을 간다.


돈을 갖고 잔소리를 하는 것도, 화장실을 손 안 씻고 나가는 것도 사실 큰 일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일들이 신호가 되어 사람에 대한 감정이 와장창 무너지고 만다. 그 부분이 너무나 와닿았다. 나 같아도 그 상황에서 남자아이처럼 도망쳐 버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남자아이는 경찰서, 아동 보호소 등을 거치고 목각 장인으로 성장한다. 처음에는 남자아이를 가출 소년으로 의심했지만, 아무도 이 남자아이를 찾지 않자, 결국 남자아이는 새로운 호적을 갖고 새 인생을 살게 된다. 그렇게 자신을 한 번도 찾지 않은 부모를 원망하며 살아오던 그는 몇십년 후에, 부모님이 자신과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고 알려졌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부모님은 그가 자신들의 빚에 얽매이지 않고 새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일부러 배까지 타고 나가 남자아이까지 죽은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이제는 아저씨가 된 남자아이는 다시금 ‘그 때 혼자 가족이라는 배를 떠나서는 안 되었던 것인가’ 하고 고민하게 된다. 야반도주를 하기 전날 봤던 비틀즈 영화에서 비틀즈의 멤버 넷은 마지막 공연을 하는 중에 열정도 없고 함께 만든 밴드를 사랑하는 마음이 1도 없이 따로 논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동반자살 뉴스를 듣고 다시 본 그 장면에선 몇십년 전에는 없다고 생각했던 열정이, 밴드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마지막 공연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하던 밴드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남아있었든 없었든, 결국 밴드는 해체했다. 서로가 서로를 붙들고 있던 끈을 놓아버렸다. 포기했다. 그 끈을 갉아먹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아마 사소한 일들이었을 것이다. 


여러 상황과 갈등들에 의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때, 우리는 얼마만큼 노력해야 하는 걸까? 감정이란 밀물과 썰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잠깐의 썰물 때문에 관계를 포기해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일까? 일시적으로 상대방이 의지가 되지 않는다고 등을 돌려 버리는 행위는 간신배적인 행동일까? 그래도 썰물에 썰물만 거듭해, 더 이상 남은 물 없이 척박하고 갈라진 땅만 남았을 때, 그 때는 아마도 포기해야만 하겠지? 하지만 그게 가족이라면? 핏줄, 아주 오래부터 함께했던 시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갓난아기 때부터 나를 돌봐주던 정으로 엮인 가족이라면, 볼썽 사납게 말라버린 땅 앞에서도 생수통이라도 부어가며  땅을 적시려고 노력해야 하는 걸까? 


남자 아이 혼자만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서는 그 날 밤 도망쳤던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로 그의 부모님은 모두 자살의 길을 택한다. 가족 전체 행복의 sum을 생각하면, 남자 아이가 그 날 잠깐의 빡침을 견디고 부모님이 계신 밴으로 돌아가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남자 아이가 부모님을 따라갔지만 결국은 셋이 모두 동반자살을 하게될 수도 있다. 정말 어려운 딜레마다. 나미야 할아버지도 이런 질문들을 접하면 아주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 결국에는 본인이 마음 가는 대로 하게 되어 있고, 옳은 정답이란 없다. 세 명의 좀도둑처럼 미래를 미리 알 수도 없기 때문에, 최적의 해답을 줄 수도 없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역할은 현재의 내 마음을 다시 찬찬히 되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 만일 남자 아이가 화장실에서 뛰쳐나가기 전에 나미야 할아버지와 편지 교환을 한 번 더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그의 가족은 다른 결론에 다다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한 번 해 본다. #나미야할아버지가카톡만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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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예담 | 2009-07-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상 옆에 들러리 선 우리의 자화상!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가격비교



그럴 듯한 인생이 되려 애쓰는 것도 결국 이와 비슷한 풍경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이왕 태어났는데 저건 한 번 타봐야겠지, 여기까지 살았는데... 저 정도는 해봐야겠지, 그리고 긴긴 줄을 늘어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버리는 것이다. 삶이 고된 이유는... 어쩌면 유원지의 하루가 고된 이유와 비슷한 게 아닐까, 나는 생각했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한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므로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다 나에게는 보로메 섬이라고 여겨진다.

....중략.

나는 생각했었다. 태양과 바다와 꽃들은 실은 언제나 이 세계에 머물러 있고, 우리에겐 그 사실을 망각하지 않을 테크닉이 필요할 뿐이었다.


죽은 황후가 살았던, 이제는 죽은 잔디와... 죽은 나뭇잎들이 뒹구는 그 뜰은, 그래서 내가 접한 새로운 세계의 첫 페이지였다. 예뻐와 착해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그 페이지를, 그러나 실은 누구나 건너야 한다는 사실을 안 것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것이 인생이다. 어떤 인간도 돈 있어, 만응로는 스스로의 인ㅅ ㅐㅇ을 책임질 수 없으며 어떤 여자도 오빠, 나 오늘 이뻐?로 평생을 버틸 수 없다.


인간은 참 우매해. 그 빛이 실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걸 모르니까. 하나의 전구를 터질 듯 밝히면 세상이 밝아진다고 생각하지. 실은 골고루 무수한 전구를 밝혀야만 세상이 밝아진다는 걸 몰라. 자신의 에너지를 몽땅 던져주고 자신은 줄곧 어둠 속에 묻혀 있지. 어둠 속에서 그들을 부러워하고... 또 자신의 주 변은 어두우니까... 그들에게 몰표를 던져. 가난한 이들이 도리어 독재 정권에게 표를 주는 것도, 아니다 싶은 인간들이 스크린 속의 인간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헌납하는 것도 모두가 그 때문이야. 자신의 빛을... 그리고 서로의 빛을 믿지 않기 때문이지, 기대하지 않고... 서로를 발견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야..


인생에 주어진 사랑의 시간은 왜 그토록 짧기만 한 것인가. 왜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보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제목과 표지를 보고 왕정시대에 왕실에서 일어나는 비극일 줄 알았는데, 80년대 한국의 이야기였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그동안 어떻게 문학 없이 살았지?' 하는 생각. 글이 참, 아름답다. 요즘 작가지망생들이 가장 되고 싶어하는 작가가 박민규라는데 괜히 그런 게 아닌가보다. 글에는 호흡이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저절로 알 수 있다. '아, 이런 게 글의 호흡이라는 거구나!' 추리소설에서 긴장감을 줘서 숨가쁘게 하는 호흡이 아니라 정말 오르락내리락 하는 호흡. 문장 사이에 있는 빈 줄이라던가, A라는 이야기에서 B라는 이야기로 교묘하게 넘어가는 간극에 참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랑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환상을 심어주는 수많은 로맨스 영화들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랑을 읽을 수 있다. 우리 삶에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잊어버린 나같은 사람의 가슴도 다시 뛰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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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저자
테네시 윌리엄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7-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꿈과 현실, 이성과 욕망 사이를 줄타기하는 나약한 인간들의 초상...
가격비교

그 이름도 유명한 테네시 윌리엄스의 극작품.

나는 희곡은 소설만큼 재밌게 읽지 못하겠던데, 이 작품은 정말 재밌었다.

제목부터 매력적인 'Streetcar names Desire'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도착하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전차라는 소품에서부터 벌써 극에서 나타나는 은유와 복선의 소품들이 느껴진다.

여러 남자와 잠자리를 하며 '나는 늘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아왔어요' 라고 말하는

정신줄이 가늘가늘한 여인 블랑시.

처음에는 그 가식적임이 짜증나기도 했지만 나중엔 참 안쓰럽기도 했다.

극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대사뿐 아니라 장면에 대한 묘사에서도 문학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블랑시의 장식스러운 대사들과 스탠리가 쓰는 상스러운 말들을 영어로 읽으면 더욱 잘 느껴질 것 같았다.

연극으로도 대히트를 치고 비비안리가 블랑시 역을 맡은 영화 또한 히트를 쳤다는데, 영화도 꼭 한 번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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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캐서린 스토킷



헬프. 1

저자
캐스린 스토킷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5-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닫힌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리는 세 여자!세상과 삶을 변화시키려...
가격비교


헬프. 2

저자
캐스린 스토킷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5-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닫힌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리는 세 여자!세상과 삶을 변화시키려...
가격비교


이 책은 흑인 가정부 여자들이 인종 차별을 겪으면서 점차 용기를 갖고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다.

2권을 다 합치면 꽤난 두껍지만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해서 꽤 빨리 다 읽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흑인을 노예로 부리면서 채찍으로 때리고 이런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흑인은 '더러운 인종'이라는 인식 아래 멸시하고 괄시하는 시대이다.

1980년대 정도인가?

여기서 백인들이 흑인에게 하는 행위들은 마치 "왕따"시키는 행위랑 비슷하다.

은근슬쩍 괴롭히고 더러워서 같이 화장실을 못 쓴다거나 같이 밥을 못 먹는다고 주장하고 들으라는 듯 험담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늘 흑인의 잘못이라 뒤집어 씌우고.

단지 여기서 다른 점은 집단이 한 명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집단이 집단을 괴롭히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미니의 주인 (이름이 기억 안나는)이 그랬듯이 이렇게 왕따시키는 문화에서 살지 않았던 사람들은 굳이 그런 식으로 행동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런 문화에 쩐 사람들은 미니의 옛 주인처럼 그들에게 못 되게 구는 것이 자신의 위엄을 세우는 것인 줄 안다.


우리나라 유명 걸그룹 티아라에서도 말이 많은 왕따 행위나, 흑인 차별, 독일에서의 유태인 차별 등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띄는 것 같다.

60대이신 이모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에 양반들이 상놈들 무시했던 거랑 별반 다를 거 없는데, 이거 가지고 왜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고 느꼈다고 하셨다.

이런 일들이 지구의 다른 부분들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걸 보면,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사람의 타고난 욕구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점점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은 이런 기본적인 욕구를 억누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뜻일까?


이 책을 읽을 때도 난 미국에 있었는데, 지금은 이 책에 배경이 되는 시대에서 20여 년쯤 흘렀을까?

그래도 아직 흑인에 대한 편견과 안 좋은 인식은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이런 편견들도 차차 흐려져서 모두 역사 속의 일로 남게 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또 먼 훗날의 역사에는 흑인처럼 차별당하고 박해 받는 그룹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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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hood of the Traveling Pants

저자
Brashares, Ann/ Goethals, Angela (NRT) 지음
출판사
Listening Library | 2007-05-01 출간
카테고리
아동
책소개
-
가격비교


난 이 책을 영어로 읽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페리를 기다리다 지루해서 근처의 서점에 가서

영어 잘 못하는 사람에게 좋을 만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했더니 처음에 엄청 동화책스러운 걸 꺼내줬는데

이것보단 잘 할 수 있어요~ 이랫더니 넌 이 책을 사랑하게 될거야 ^-^ 라고 하시면서 이 책을 집어주셨다.


다 읽고 재밌으면 2,3권도 사서 읽으려고 했는데 게을러서 1권만 완주 :)


보통 영어 문학책에 있는 문학스럽고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실생활에 쓰는 말들로 생기발랄하게 이루어져 있어서

미국 10대의 정서를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특히 그 축구 잘하는 여자애... 축구 코치랑 잘 되길 빌면서 엄청 열심히 읽었는데 결구 그렇게 돼버려서 너무 안타까웠다.

주인공 네 명 다 나름으로 10대들만의 풋풋한 경험을 하면서 여름을 나는 이야기 ^,^

우리 나라 책으로는 제목 뭔지 몰랐는데, "청바지 돌려입기"란다.

난 이 책 제목만 듣고 무슨 환경 관련 책인 줄 알았는데, 청소년들이 읽으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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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달과6펜스(세계문학전집38)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서머셋 모옴 (민음사, 2000년)
상세보기


이 책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제목이 참 로맨틱해 :)

어떤 내용인지 전혀 프리뷰도 안 읽고 봤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로맨틱한 기운과는 달리 미술천재에 대한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저번 학기 내내 배웠던 잭슨 폴록이 생각나기도 하고,
얼마 전에 본 영화 세 얼간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이 책의 주인공인 스트릭랜드 씨는 미친 놈이고 그래서 천재다.
그가 마지막에 살았다던 에덴동산 같은 그 곳에서의 삶이 아련하게 부럽기도 했다.
그의 최후는 안타깝지만....
그리고 그의 걸작인 그 집이 온통 불탄 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쓰렸다.
비록 책 속 이야기지만 정말...

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림에 대한 시각적 묘사가 참 중요했을 텐데,
세세한 묘사보다는 추상적인 묘사로 그의 천재적인 그림에 대한 환상을 더 잘 불러일으킨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곳이 아니라 자신이 머물러 살 곳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문제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삶이란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나는 뭘 하며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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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 구병모


아가미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구병모 (자음과모음, 2011년)
상세보기


방금 다 읽었는데...
아아 진짜 아릅답다....
진짜 대박
이건 정말 이 시대의 진정한 인어왕자 이야기
진짜 뭐라 말로 할 수 없고, 아 근데 구병모 씨는 어떻게 말로 했을까
대박이야
진짜 글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시각적 환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
천잰가
책 읽는 밤에 정이현 작가님이 말했던 범접할 수 없는 미대 천재가 이런 거였을까...
아마 정말 시각적으로 예를 들면 영화로 봤다면 이렇게 감동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을 꺼야
우우우아아
감동적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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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 정이현

너는모른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정이현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이 책은 '책 읽는 밤' 행사에서 정이현 작가님께 직접 싸인을 받은 책이다!
학기 내내 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다가 방학을 맞아 다 읽었다.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강에서 건져올린 시체 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시작해서 어린 여자아이의 실종이라는 역시 몹시 자극적인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배동 호화 빌라에 살 정도로 큰 사업을 하는 아빠는 사실 중국과 불법적인 거래를 하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모든 것들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한다.
그렇다고 추리 소설인 것은 아니다.
추리 소설 같은 분위기를 띄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피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는가.
잃어버린 유지를 찾기 위한 노력과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사이에서 각각의 구성원들은 눈물겹게 노력한다.
여러 갈등 구조 속에서 무엇이 정말 소중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계속 대두된다.

남편이 아닌 다른 연인이 있는 유지의 어머니와 의대를 다니는 척하면서 사실 학교를 안 나가고 있던 유지의 오빠 혜성, 유지와 아버지 쪽 식구를 모두 증오하며 방황하던 혜성의 누나 은성.
다들 가족들에게도 차마 밝히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한 채, 유지의 실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완전한 타인에게는 모든 이야기를 술술 하면서도 왜 가족에게는 모든 걸 털어놓지 못할까.
아무렇지 않게 나란히 앉아 티브이를 보는 사이이면서도 왜 서로는 서로에 대해 그토록 모를까.
가족이란 원래 증오와 사랑이 뒤범벅되어 있는 존재인가?
마냥 행복하고 풋풋하게만 그려지는 드라마 속 가족은 모두 허상인가?

전체적으로 '달콤한 나의 도시'가 주황빛 같았다면,
이 소설은 회색빛, 아니면 검은색 같았다.
읽는 내내 뭔가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다 읽은 후에도 약간의 우울함과 허망함이 남는 책이었다.


정이현 작가님이 책 읽는 밤에 너는 모른다에서 '뒷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가 쉽게 관심을 갖지 않는 누군가의 뒷모습에 대해서.
근데 읽으면서 왜 그런 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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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달콤한나의도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정이현 (문학과지성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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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막 들어선 여자의 고민이 구구절절이 담겨 있는 책.
직장, 연애, 결혼 이런 사소하지만 개인에게는 너무나 큰 고민들.
신기한 건 20대에 막 들어선 나에게 너무나 내 이야기 같았다는 것.
그래서 너무 술술 읽히고 재밌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오은수는 너무나 나 같았다.
'너는 모른다'에서 혜성의 누나로 나온 은성은 언제나 순간의 감정에 지나치게 충실하며 검은색 단화보다는 색색의 하이힐을 고르는 사람이라면, 오은수는 색색의 하이힐에 눈길을 주다가도 어느새 무난한 검은색 단화를 집어드는 인간형이다.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가끔 용기를 내기도 하지만 주로 우유부단한.

 "여자들은 왜 연애 초기만 지나면 다 마누라처럼 구는 거지? 이거 해라, 저거 하지마라, 너의 실존을 변화시켜서 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봐라, 왜 그런 요구들을 하는 거냐고."
 "사랑하니까 그렇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좀더 나아졌으면 하는 걸 거야."
 "아니. 사랑은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다 받아들이겠다는 약속 아니야?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여자들의 자존심과 관계있는 것 같아.  자기가 선택한 남자가 찌질한 걸 못 참는 거지. 자기 남자가 친구 남자보다 뒤처지는 걸, 꼭 자기가 친구한테 뒤지는 걸로 생각하는 거야."

연애의 정곡을 찌르는 듯한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오은수는 어떤 여자일까, 더 궁금해진다.
441쪽의 지면으로는 다 알 수가 없어서, 너무나 나 같은 여자 오은수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말은 뭔가 밍숭맹숭하다.
오은수가 엄청난 커리어우먼으로 승격하지도 그렇다고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남자를 만난 것도 아니다.
인생이 다 그렇듯-.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간다, 라고 하듯이 끝이 난다.
그래도 난 아직은 스무살에 갓 들어선, 만으로는 10대인 나이니까 그녀의 고민들을 좀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 보자, 생각해본다.
서른 살에 접어들면 현실에 부응하며 남들에 뒤처지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더 절박해질 테니까.
지금은 좀 더 여유를 가져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빌브라이슨발칙한미국학미국인도모르는미국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영미에세이
지은이 빌 브라이슨 (21세기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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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유쾌하다는 소설을 여럿 읽어보았지만,
이 책이 진짜 대박이다!
정말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는 책이다.
어쩜 이렇게 위트가 넘치시는지.

책을 읽으면서 혼자 계속 참지 못하고 낄낄대고 있으니까,
옆에서 언니가 뭐가 그리 재밌냐며 뺏어 읽더니 자신도 똑같이 낄낄대더라.

미국인이지만, 영국에서 계속 살다가, 미국에 돌아와서 다시금 느끼는 미국 느낌.
영국과 다른 미국 느낌에 대해 짤막한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진짜 그냥 웃긴 글도 있고, '아, 그렇구나~~' 하고 미국에 대해 신기하게 알게 된 글도 있고,
정치나 국제사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도 있다.

글의 길이가 길지 않고, 문장도 참 간결해서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앞으로 빌 브라이슨의 책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