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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6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달콤한나의도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정이현 (문학과지성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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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막 들어선 여자의 고민이 구구절절이 담겨 있는 책.
직장, 연애, 결혼 이런 사소하지만 개인에게는 너무나 큰 고민들.
신기한 건 20대에 막 들어선 나에게 너무나 내 이야기 같았다는 것.
그래서 너무 술술 읽히고 재밌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오은수는 너무나 나 같았다.
'너는 모른다'에서 혜성의 누나로 나온 은성은 언제나 순간의 감정에 지나치게 충실하며 검은색 단화보다는 색색의 하이힐을 고르는 사람이라면, 오은수는 색색의 하이힐에 눈길을 주다가도 어느새 무난한 검은색 단화를 집어드는 인간형이다.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가끔 용기를 내기도 하지만 주로 우유부단한.

 "여자들은 왜 연애 초기만 지나면 다 마누라처럼 구는 거지? 이거 해라, 저거 하지마라, 너의 실존을 변화시켜서 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봐라, 왜 그런 요구들을 하는 거냐고."
 "사랑하니까 그렇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좀더 나아졌으면 하는 걸 거야."
 "아니. 사랑은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다 받아들이겠다는 약속 아니야?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여자들의 자존심과 관계있는 것 같아.  자기가 선택한 남자가 찌질한 걸 못 참는 거지. 자기 남자가 친구 남자보다 뒤처지는 걸, 꼭 자기가 친구한테 뒤지는 걸로 생각하는 거야."

연애의 정곡을 찌르는 듯한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오은수는 어떤 여자일까, 더 궁금해진다.
441쪽의 지면으로는 다 알 수가 없어서, 너무나 나 같은 여자 오은수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말은 뭔가 밍숭맹숭하다.
오은수가 엄청난 커리어우먼으로 승격하지도 그렇다고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남자를 만난 것도 아니다.
인생이 다 그렇듯-.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간다, 라고 하듯이 끝이 난다.
그래도 난 아직은 스무살에 갓 들어선, 만으로는 10대인 나이니까 그녀의 고민들을 좀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 보자, 생각해본다.
서른 살에 접어들면 현실에 부응하며 남들에 뒤처지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더 절박해질 테니까.
지금은 좀 더 여유를 가져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