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Status Anxiety) - 알랭 드 보통

불안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이레,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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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잊히고 무시당하는 존재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아무리 강하고 존경받는 존재라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가 결국은 가장 민주적인 물질, 즉 먼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기독교 부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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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시인이 걸을 수 없는 것은 큰 날개 때문이다.
       해법-보헤미안 부분 중에서



불안, 'Status Anxiety', 영어 제목이 좀 더 확실하게 와 닿는다.
지위 걱정.
이 책은 지위, 그리고 불안에 대해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이 용어들을 책에서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불안에 대한 정의 다음으로는 불안에 대한 원인과 해법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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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지위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이 책에서 불안 만큼이나 중요한 컨셉이 지위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여러 사회에서 지위는 어떤 식으로 규정되었으며, 사람들이 지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왔고 지위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런 설명들을 읽으면서 무식한 나로서는 작가의 박식함에 대해 감탄한다!
설명에 등장하는 다양한 예시들, 철학자들의 글과 문학 작품 뿐만 아니라 미술 분야까지.
사회에 대해 보여주는 모든 것들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한다.

요즘 나는 읽지 않은 책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
그의 책을 읽다보니 이 수많은 역사와 철학과 교양을 어떻게 다 습득하나 더욱 불안이 커져갔다.
이것도 알랭 드 보통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생각하는 높은 지위에 유식함이 포함되어 있고, 유식한 작가를 보며 질투와 시기를 하고, 나도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을 지 두려워하면서 불안을 느끼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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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고, 어떤 지위를 바라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불안을 덜 느끼기 위해서 지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일상적이면서 철학적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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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문체에는 언제나 적절한 유머가 섞여 있으면서 간결하다.(간결한 건 아닌가......잘 모르겠다 사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면서도 철학과 심리학을 끌어들이면서도 지루하기보다는 뭔가 통쾌하고 시크함을 잃지 않는 말투가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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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렸을 때 받았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집요하게 갈구한다는 포인트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지위를 얻고 싶어하는 것도 결국은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조건부 사랑에라도 의존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의 생각을 하면 속물근성도, 어떤 식의 지위이던 나쁘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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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부분에서는 정말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해법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오고 있는 물질만능주의적 능력주의적 지위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지위를 정의하고 그런 가치에 따라서 살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가 느끼는 지위가 타인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정의하고 거기서 위안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랄까.
결국 그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지위를 추구하고 그에 따른 불안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위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우리가 생각보다 높은 지위일 수도 있고, 그 지위는 쉽게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 수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안을 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 해법으로 제시된 보헤미안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인상 깊었지만,
보헤미안들은 특별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랄까, 특별한 것에 높은 지위를 두는 사고방식은 나름으로 그들에게 큰 불안과 스트레스를 안겨주었을 것 같다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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