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 로알드 달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로알드 달 (강,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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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로알드 달의 책을 정말 좋아했었다.
마틸다와 찰리와 쵸콜렛 공장은 정말 무한 싸이클해서 읽었었다.
그래서 로알드 달이 쓴 책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믿고 집어들었다.

여러 가지 황당무개한 단편 이야기들이 엮인 책이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하는 말은 비슷하다.
탐욕스러움이 남기는 최후.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은 대부분 재물욕을 다루는 데 비해, 성욕에 대해 다뤘던 「손님」이었다.
이 이야기가 여러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길기도 하고, 오래된 숙부의 일기를 읽는 액자식 구성에 뭔가 아무튼 심혈을 많이 기울인 듯한 대작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어디에서 반전이 나올까 계속 기다렸는데 마지막에 정말 눈곱만큼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났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 
벌렁거리는 콧구멍으로 여자를 홀리는 호색한에다 거미줄로 짠 넥타이만 매는 숙부에 대한 묘사는 우선 그에 대해 커다란 흥미를 갖게 한다.
그리고 이 시나이 사막 이야기는 불륜을 들켜 사막으로 도망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불륜을 저질렀던 여자의 남편이 쫓아오는 게 아닐까, 그를 초대한 사람이 그 남편의 심복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계속 잠복해 있었다.
숙부와 함께 황홀한 밤을 보낸 사람은 주인장의 아내일까 딸일까, 주인장에게 들킬까 주인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정말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해 무한한 상상을 하게 한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
주인장 아저씨와 숙부와의 대화로 숙부의 일기가 끝을 맺고, 이 일기가 숙부의 마지막 일기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다.

로알드 달의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해 쓴 글은 처음 읽어봤다.
사람들은 로알드 달의 단편들이 짜릿하고 유쾌하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난 왠지 뻔한 스토리 전개를 통해 '착하게 살면 복받아요~!' 하고 말해주는 톨스토이의 단편선 같은 소설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톨스토이의 이야기가 극악한 인물과 정말 순수하고 선한 사람과의 대결이라면, 로알드 달의 이야기는 탐욕스러운 사람들 사이의 대결이다.
 그래서 로알드 달 아저씨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진짜 막 소름이 돋는데 그런 느낌이 좀 무섭고 꿈에 나올 것 같다.
 그래서인지 톨스토이의 소설, 로알드 달과 마찬가지로 잔인함이 있지만, 오직 그 잔인함은 극악한 인물에게만 적용되는, 그런 이야기가 뻔하디 뻔하더라도 차라리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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