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방 - 김지은

예술가의방아나운서김지은현대미술작가10인의작업실을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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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지은 (서해문집,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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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인 김혜순이 그러더라고, '요절을 안 했으니까 우린 천재가 아니에요'라고. 나도 동의해. 그러니 죽으나 사나 열심히 살 수 밖에.


"예술가는 어떤 사람인가요?"
"지상으로부터 20센티미터 정도 떠 있을 수 있는 사람. 너무 높이 떠 있으면 자세히 볼 수 없고 현실 속에 파묻히면 좁게 볼 수밖에 없거든."
   
      -윤석남의 방 中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에는 '현대의 화가들은 어떻게 살까?' 궁금하기도 하고,
워낙 내가 '방'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집어든 책이었다.
집 코앞에 현대미술관이 있어도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몇 번 가본 적이 없고,
갤러리는 더더욱 가 본적이 없는 미술 문외한이라,
책이 너무 재미 없으면 어떡하나 사실 걱정을 했다.
하지만 웬 걸, 소설책 못지 않게 재미있어서 정말 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처음부터 쌀알 몇 만개를 붙여서 인물화를 그리는 이야기를 보며 이 책에 빠져들었다.
현대 미술은 정말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기 보다는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들의 집합이었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과정을 세세히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종종 있었지만(워낙 미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터라...),
전체적으로 느낌은 '미술하는 게 참 중노동이구나'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 시간이면, 너무 덜렁대고 꼼꼼하지 못해서 여기저기 물감을 흘리고 해서 작품을 망쳤었다.
꼭 미술 잘 하는 애들은, 하나하나 참 꼼꼼히 칠하곤 했었는데
전문적인 작가가 되어도 똑같은 것 같다.
다들 자신의 작품에 있어서는 정말 정말 꼼꼼한 것 같다.
특히 그 쌀알로 작업하는 걸 보면 나 같은 사람은 역시 미술 같은 걸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면,
처음 작가 하는 시절에는 돈이 너무 궁핍해서, 다른 알바를 하며 작업할 돈을 모으더라.
대부분의 작가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기는 힘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그들이 참 부러웠다.
그들은 항상 절대적으로 '이건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나도 조금은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무언가를 만드는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자 세상에 있는 많은 의미를 작품에 집약시키는 사람.
뭔가 로맨틱하고, 가난마저도 로맨틱하고,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美'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런 예술가들의 삶과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그들의 방을 보면서,
나도 어서 그런 방을 갖게 되길 바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