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52

  1. 2010.09.19 공항에서 일주일을 - 알랭 드 보통
  2. 2010.09.19 스무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3. 2010.08.29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 사이토 다카시
  4. 2010.08.28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5. 2010.08.11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6. 2010.07.01 벨아미 - 모파상
  7. 2010.07.01 따뜻한 카리스마 - 이종선
  8. 2010.06.15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9. 2010.06.11 적과 흑 - 스탕달
  10. 2010.05.25 연을 쫓는 아이 - 할레이드 호세이니

공항에서 일주일을 - 알랭 드 보통

공항에서일주일을(히드로다이어리)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영미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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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화의 기록은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기도 하다." - 발터 벤야민(문화평론가)

그래도 그들이 나와주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냥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우리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고(우리가 작은 아이였을 때 누군가 가끔이라도 그렇게 해주었을 것이며,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절대 여기까지 올 힘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와주어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사회 생활에서는 힘과 강인함을 투사하며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지독하게 연약하고 위태로운 피조물들이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또 그들 역시 우리를 무시하지만, 늘 우리의 행복의 가능성을 볼모로 잡고 있는 소수가 있다.

작가들이 가정 내의 경험을 넘어서 밖을 내다보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현대 생활의 중심을 이루는 다른 기관에 상주하는 꿈을 꿔보았다. 은행, 핵발전소, 정부기관, 양로원 같은 곳. 그런 곳에서 여전히 무책임하고 주관적이고, 약간 별나면서도 세상에 대한 보고가 담긴 글을 쓰는 꿈을.

*

내 친구의 꿈은 공항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릴 적부터 어디 먼 데로 떠나는 것을 좋아했다고.
그런데 스튜어디스나 파일럿이 될 수는 없으니, 그냥 공항 창구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공항은 온갖 설레임과 로망이 가득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공항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이런 딱딱하고 무심한 말투보다,
좀 더 감성적인 말투로 쓰여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내가 기대했던 것은, 젊은 두 연인의 눈물어린 키스에 행인들이 동정심을 드러냈다는 관찰보다는, 공항에서 헤어지기까지 그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히드로 공항에서 나눈 클라이막스적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면, 히드로 공항에 더 애정이 생겼을 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기술」처럼 전반적인 여행에 대해 다룬 것도 아닌,
그렇다고 소설들처럼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히드로 공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1주일간의 관찰만이 담겨 있어서,
히드로 공항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애시당초 별로 없던 나로서는 그렇게 흥미롭게 읽을 수 없었다.
프루스트에 대한 배경지식과 일말의 애정도 없이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를 술술 읽을 수 없었던 것처럼.


스무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스무살도쿄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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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읽어본 오쿠다 히데오 소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했더니, 
도서관 추천 책 목록에 있는 "남쪽으로 튀어 - 오쿠다 히데오"를 매일 같이 봐왔다.
한 번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는데 결국 이 책을 먼저 읽게 됐다.
내 사랑 전봉관님의 추천으로 +ㅁ+

*

고다에게는 친구가 없는가-. 그렇기도 하겠지. 왕이 되면 친구는 없어지는 것이다.

남의 속마음을 들으면 어쩐지 나 자신까지 치유된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끼리 서로 통하면 용기가 솟구친다. 도쿄의 에너지는 분명 수많은 사람의 에너지다.

맞는 말이다. 
가슴은 답답한데, 내 속내를 말하긴 부담스러울 때, 누군가 자신의 가슴 깊은 곳의 얘기를 해주면 괜스레 위로가 된다.

*

에휴,
근데 괜히 심란해지는 책이었다.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 라는 건가." 
누가 한 말인가 했더니 모리시타였다. 녀석, 시건방진 소리를 다 한다.
하지만 비웃어줄 생각은 없었다. 녀석이 꽤 괜찮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른이 된 사내의 얼굴이었다.
화면에서는 군중이 환희의 퍼레이드를 거듭했다.
청춘의 끝을 맞이한 사내들은 그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고 있었다.

스물아홉, 스물아홉에야 도쿄에 처음 왔을 때의 꿈을 떠올리며, 청춘의 끝을 말한다.
나도 스물아홉까지 꿈을 꾸고 있을까.
그렇다면 스물아홉까지, 계속해서 포기하지 못한 꿈과 현실 사이의 힘든 줄타기를 계속되는 걸까.
아- 난 고작 스무살이다.
주인공 다무라가 이런 말을 들은 스무살.

"젊은 놈이 평론가 같은 거 되어서 뭐해? 저기 객석에 앉아서 남이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건 노인네들이나 하는 짓이야. 젊은 사람은 무대에 올라가야지! 못해도 상관없어,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내 머리와 내 몸을 움직여서 뭔가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 돼!"

가진 것 하나 없이, 무대에 올라가 일단 연기를 해봐야 하는 스무살.

*

1979년 6월 2일
1978년 4월 4일
1980년 12월 9일
1981년 9월 30일
1985년 1월 15일
1989년 11월 10일

이렇게, 한 장에서 각 연도의 하루만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무라의 인생이 한 막, 한 막 넘어간다.
한 단계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첫 키스를 한 날, 도쿄에 처음 온 날과 같이 기억에 선명한 한 순간이라는 점이 내 의견과 나름 일맥상통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거의 시간순이지만, 1979년과 1978년은 순서가 서로 뒤바뀌어 있다.
어쩌면 도쿄에 처음 온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면 다소 진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신선했다'-'

책장은 정말 술술술술 넘어간다.

그리고 1978년에도 일본에는 맥도날드가 있고 지하철이 있고 폭스바겐을 몰고 다닌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 때 그 시절의 대학 생활이 지금 나의 대학생활과 참 비슷해서 신기했다.
비록 나보다 술을 훨씬 많이 마시긴 하지만.

*

스무 살에 도쿄에서 겪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스무 살부터 스물 아홉까지 겪는 이야기였다.
청춘의 시작에서 끝으로 이어지는 소설.

내 청춘은 언제 시작했을까.
난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인지, 대학에 왔을 때도 다무라처럼 큰 해방감을 만끽하지 못했다.

아, 나는 지금 청춘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갑자기 자우림의 「청춘예찬」이 생각난다.
 젊은 나는 내 젊은을 절망하네
사춘기 시절부터 늘 가슴을 울리던 롸임 있는 이 가사,
언제까지 내 가슴을 울릴 것인가.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 사이토 다카시

세계사를움직이는다섯가지힘욕망모더니즘제국주의몬스터종교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세계사 > 교양세계사
지은이 사이토 다카시 (뜨인돌출판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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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푸코의 「감옥의 탄생」中..

세계사는 정체성을 둘러싼 분쟁의 기록.

연설을 키운 것은 시대나 발상이 전혀 다른 그리스 로마와 기독교이다. 이 상호 이질적인 두 가지가 합치한 데에 서양이라는 세계사적인 카테고리가 있다.

역사는 시대에 따라 해석되고 재해석된다. 현대에 재해석되지 않은 역사는 죽은 것이고 시대가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후대에 그 시대도 재해석되는 것이다. 해석이 죽은 시대는 그 시대 자체가 죽었거나 해석이 살아있는 다른 시대에 필연적으로 종속될 수 밖에 없다.

*

세계의 흐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세계의 흐름을 크게 다섯가지 힘에 의한 것으로 보고 다섯가지 카테고리로 나눴다.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민주주의/파시즘/사회주의), 종교.
역사에 대해 정말 하나도 모르는 나도 술술 읽힐 정도로 쉽고 재밌다.
커피와 같이 우리가 그닥 중요성을 모르치고 지나가는 요소들이 가지는 세계사적 의미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하고, 어째서 서양에서 더욱 말하는 문화가 발달했는 지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을 하기도 한다.

읽으며 읽을수록 "나는 정말 역사에 대해 몰랐구나, 이렇게 중요한 것을...."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인문학 분야에 대한 무지를 과학도라는 말로 변명을 하며 지내온 세월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하던 국어선생님께서 대학을 합격하고 나면 일단 과학사 공부부터 하라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난다.
흐름을 알아야지 시대에 맞는, 더욱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 때도 맞는 말씀이라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지금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지금까지 흘러들어오는 정보에 대해 그냥 순간적인 반응과 판단만 해왔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판단들이 좁은시야에서 나온 편파적인 면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좀더 넓은 시야를 갖고 역사를 기본 베이스로 저장해둔 뒤에 세상을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정말 역사를 더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팍팍 들게 하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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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스무살에알았더라면좋았을것들스탠포드대미래인생보고서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 자기혁신/자기관리
지은이 티나 실리그 (엘도라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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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일들을 아는 것보다는, 규칙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행동 몇가지만 아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는 또한 규칙과 권고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함을 말해준다. 숨낳은 권고와 충고들을 정리하고 줄여나가다 보면, 당신기 곡 지켜야 할 규칙은 극히 몇개밖에 남지 않는다.

"나중보다 처음에 거절하는 것이 더 쉽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삶의 기술을 진정 터득한 자에게는 일과 놀이에, 노동과 여가에, 정신과 육체에, 배움과 휴식에, 사랑과 종교에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매사에 탁월한 비전을 좇아 행동할 뿐이며, 다른 사람들이 그를 보고 일하고 있다고 하든 놀고 있다고 하든 개의치 않는다. - 노자

그는 경력을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가급적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고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좋은 기회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본질적으로 볼 때, 당신의 생활과 일이 속해 있는 주변 생태계는 당신이 만나게 될 기회의 종류를 좌우한다.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당신의 능력과 열정과 시장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지점에서 직업을 찾아야 가장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 그래야 열정을 건설적인 방식으로 발휘하게 되고, 일이 시간을 잡아먹는 악마가 아니라 당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수단이 된다. 당신에게 꼭 맞는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세상이 당신에게 보내는 직·간접적인 메시지들을 지혜롭게 선별하며, 아니라고 생각될 때는 과감하게 'No'라고 선을 그을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선택을 내리든, 시간이 흘러 나중에 돌아봤을 때 지금 내린 결정에 후회가 없길 바란다고 말이다. 그리고 만일 입사 인터뷰에서 애매모호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지금의 경험을 인용한다면 뭐라고 대답할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기회를 반드시 붙잡아라"

다른 사람들에게 변명을 해야 할 의무를 느낀다 하더라도, 당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당신이 무언가를 진정 성취하고 싶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린 문제다.

당신 주변에는 방관자처럼 저만치 서서 당신에게 안전한 길을 가라고, 정해진 선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고, 자신이 간 똑같은 길을 따라오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게 서로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이 내린 선택이 더욱 옳다고 믿게 되고, 당신에게 따르기 쉬운 처방전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에게 커다란 제약이 될 수 있다.

***

스무 살이 된 기념으로 선물받은 책이다.
제목만 보고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책이었다.
스무 살에는 뭘해라 뭘해라 하는 인생지침서일 줄 알았는데, 주요 내용이 창의성, 혁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기하게도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정서에 꼭 맞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게 무려 베스트셀러 3위라는 것은 다른 수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에 위로가 되는 책이다.
터무니 없어 보이는 기회를 붙잡고 불가능해 보이는 모험을 감행하라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책이었다.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을 책!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라는 제목을 붙이기엔 다소 어색한 책.
스무 살이든 서른 살이든 혁신이 필요한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

+ 흠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컨퍼런스 관련 부분이었다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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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로 인지할 수 있는 세계의 풍부함과 언어의 빈곤함으로 인한 그 모든 이상한 불균형들로 인해서 그르누이 소년은 말의 의미를 포기하게 되었다.
*
처음에 그는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어려 보이는 것이다. 마치 서너 살 먹은 꼬마처럼 말이다. 붙임성이 없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고집불통인 어린아이들, 그들이 순진무구하다고 말들 하지만 실은 자기밖에 모르고 전제군주나 된 듯이 세상의 모든 것이 제 밑에 굴복하기를 바라는 존재들이다.
*
발디니는 여전히 큰소리로 호통을 치면서 욕설을 퍼붓고 있기는 했지만, 밖으로 보여 주기 위한 분노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안에서부터 차차 가라앉고 있었다. 끝에 와서 자신의 말이 왜 그렇게 공허한 격정으로 치닫게 됐는지 그르누이가 따져 물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르누이가 <이제 끝났어요>라고 말했지만 그런 말은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는 알고 있었다.
*
달빛 속에서는 색채의 구분은 사라지고 단지 지형의 희미한 윤곽만이 드러났다. 그것은 칙칙한 회색빛으로 자연을 뒤덮어 밤새 생명을 억누르고 있었다. 가끔 그림자처럼 회색빛 숲 위로 불어오는 바람 이외에는 움직이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벌거벗은 대지의 냄새 이외에는 살아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납으로 만든 것 같은 이 세계가 그가 인정하는 유일한 세계였다. 그것은 그의 내면 세계와 닮아 있었다.
*
그렇지만 그는 용기를 냈다.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두려움으로 사실을 알게 되는 두려움을 물리쳤다.

**

아 정말 최고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 책.
알베르 까뮈, 프란츠 카프카에 이어  정말 깊이 심히 사랑하게 될 듯.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사람.
아 처음에 제목 쓸 때,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라고 쓸 뻔했다.
이 또라이놈, 정말 이보다 더 천재일 수 없고 이보다 더 또라이일 수 없는 이 놈에게 너무 몰입해 있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문장이 수도 없이 많아 정말 꼽기 힘들었다.
그냥 책을 다시 다시 또 읽어야지.
정말 이건 말도 안 될 정도로 최고였어.
진짜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내가 후각을 이용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그르누이가 떠오르고 '그르누이라면....?' 이라는 생각이 계속 계속 들게 한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빈틈도 없는 것처럼 이어진다.
정말이지 단 한 틈의 지루함도 없이 끌고 가는 문장력....
어떤 시상도 거부하고 언론 접촉도 거부하고
완전 신비주의로 살아가고 있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정말 대박 대박 대박이었다.
알랭 드 보통이 지루해지던 참에, 쥐스킨트 콜렉션도 시도해봐야겠다.



벨아미 - 모파상


벨아미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기 드 모파상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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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아미는 "잘생긴 친구" 라는 뜻이다.
내용은 정말 잘생긴 조르주 뒤루아라는 사나이가 여러 여자들을 후리는 이야기.
유부녀이건 처녀이건 뒤루아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
허름한 시골 출신인 벨아미는 군대에서 제대 후,
돈이 없어서 하루 세 끼도 못 챙겨 먹고 서투르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신문사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 서서히 출세길을 시작한다.
그의 출세의 주된 수단은 돈 많은 여자들을 유혹하는 것.

내가 읽은 프랑스 소설들은 다 왜이러지 ??
적과 흑도 딱 이런 내용이었는데

적과흑이랑 되게 비슷한 플랏임에도, 느낌은 전혀 전혀 다르다.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적과흑의 주인공인 쥘리엥은 촌스럽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상주의자이고 고귀한 생각에 심취해 있는 반면 벨아미의 주인공 조르주는 뼛속까지 야비하고 욕망의 노예이자 속물적이다.
조르주도 처음에는 자신이 얼마나 잘 생긴지도 잘 모르는 어리숙한 청년이었지만,
상류계의 부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보임에 따라 점점 나쁜 남자가 되어간다.
쥘리엥은 끝까지 이상주의적이고 어리숙한 면을 보였는데 말이지.

진짜 밥 먹을 돈도 없어서 거리를 배회하던 청년이 100만 프랑이나 갖게 되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질투하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부인을 버리고 몇천만 프랑의 지참금을 지닌 소녀와 결혼을 하는 걸 보면,
진짜 눈을 흘기고 혀를 끌끌 차게 되다가도,
이게 정말 인간 본성이 아닌가 싶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여자와 돈을 좇고,
욕심은 욕심을 부르고,
그리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런 인간 본성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 같다.

어려운 고뇌를 묘사하는 부분은 별로 없고,
대부분 세속적이고 가벼운 문체라 쉽게 술술술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

"장님 세상에선 애꾸눈이 왕일 테니까. 그러나 그 사람들은 모두 멍청이들이라오. 어쨌든 마음이 벽 두 개 사이에, 즉 돈과 정략 사이에 갇혔으니까요. ……정말 여유 있는 생각을 지닌 사람을 찾기란 참 어렵소. 바닷가에 서서 들이마시는 저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 말이오."


"오오, 당신도 머지않아 알게 될 거요! 단 십오 분만 골똘히 생각하면 죽음이 보일 거요!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오? 사랑? 그러나 키스를 즐기는 것도 순식간이고 곧 할 수 없게 될거요.
그리고 그 밖엔? 돈? 무엇 때문에? 여자에게 주기 위해? 대단한 행복이지! 그보다도 실컷 먹고 피둥피둥 살이 쪄서 매일 밤 관절염에 시달려서 신음하기 위해선가요?
그리고 또 있나요? 명예? 그러나 그것도 사랑이라는 형태로 수확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고?
그럼 그 다음엔? 마지막엔 언제나 죽음이 있을 뿐이오.
……
죽음이 모든 걸 망치오. 내가 하는 일, 보는 것, 먹고 마시는것,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 달빛, 일출, 망망대해, 아름다운 강, 상쾌한 여름날 저녁 공기, 모든 것을!"


여름 뒤에 선선하고 창백한 가을이 오듯이 조용한 마흔 고개를 맞이한 이 얌전한 여자에게, 뒤루아에 대한 사랑은 실로 맑은 하늘의 벼락 같은 뜻밖의 일이었다. 말하자면 철이 지나버린 작은 꽃과 제대로 자라지 못한 새싹들만으로 이루어진 비참한 봄과도 흡사한 것이었다.


*

마지막 단락은 비유가 너무 좋았다 :)
간간히 삶에 대한 통찰을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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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카리스마 - 이종선


따뜻한카리스마싸우지않고이기는힘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 자기혁신/자기관리
지은이 이종선 (랜덤하우스코리아, 2004년)
상세보기


집에서 뒹굴거리는 책이라서 그냥 한 번 읽어봤다.
자기계발서라 가볍게 읽을 수 있기도 하고.
생각했던 것보단 훨씬 괜찮은 책이었다.
저자님이 이미지 컨설턴트 일하면서 만난 여러 리더들의 예시가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대인관계의 많은 결점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차라 더욱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

프랑스 속담에 "사람은 자기를 기다리게 하는 자의 결점을 계산한다"고 했다. …… 약속 시각에 늦는 것은 상대에게 무릎을 꿇은 채 만남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내가 그냥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도전할 용기를 주시고,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침착함을 주시며, 이 두가지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소탈함을 빙자하여 비즈니스 매너를 무시하거나, 사실은 할 줄 모르면서 일부러 안 하는 척 가장하는 모습은 참으로 촌스러워 보인다. 반면 누구에게나 정중하며, 상대방이 오해하고 소리를 높이는 데도 성실히 잘 설명하면서 화를 누그러뜨려 주고, 어떤 경우에나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은 참으로 근사하고 존경스럽다.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 상대를 존중하고, 정말로 잘나 보이는 사람이 겸손할 때 참으로 매력적이다. 그러한 배려와 여유는 자신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믿는다. "따뜻함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선천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기보다 평범한 에너지를 돋보기처럼 하나의 초점에 집중시키는 사람"


"먹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되, 입는 것은 남을 위해서 입어라"

*

나도 이미지 컨설팅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 스스로 노력을 해야겠지.....음
지금의 나는 따뜻하든 차갑든 누군가를 이끌 카리스마라고는 존재하지 않으니까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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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세계문학전집 88)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제인 오스틴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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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책은 오래도록 읽었다.
1년 전쯤에, 아니 한 1년 반 전쯤에 빌렸다가 결국 다 읽지도 못하고 엄청난 연체료만 물고 반납했었다.
그리고 다시 빌려서 드디어 다 읽었다!

여러번 읽기를 시도해서 그런지 앞부분은 정말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서 읽을 때마다 기억이 생생 : )
마치 공통수학에서 집합 부분만 고수가 되는 것처럼....

*

영국에서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위대한 문학가로 꼽힌다는 제인 오스틴.
나는 과연 그 정도까지로 칭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뭔가 마구 인용하고픈 욕구가 솟구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과는 달리, 오만과 편견에는 딱히 그런 부분은 없었다.

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 무렵의 시대상과 결혼 적령기를 맞은 처녀들과 청년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 하는 대사가 정말 구구절절하다.
'사랑해'라는 멋드러진 한 마디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 같은 요즘과는 달리, 
옛날에는 그렇게 구구절절한 사랑의 편지와 사랑의 연설을 좋아했나보다.

*

이 책의 내용은 결국
유산이 많지 않은 평범한 집안의 다섯 자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이 다섯 자매가 남편감을 구하고 시집을 가는 이야기이다.
신분이 고귀하진 않지만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첫째 딸과 둘째 딸은 매우 부자들과 결혼을 하게 된다.
아, 부자일 뿐 아니라 미남이기까지 하지.

제인가 빙리의 사랑은 처음부터 거의 순탄 노선을 타고 있었고,
여러 방해물 사이에서도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은 너무나 자명하여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다.
가장 흥미로웠던 러브라인은 역시나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행복하게 결혼하는 것으로 책은 끝맺는다.
얼굴은 제인보다 못하지만 총명하고 재기발랄한 엘리자베스가 다아시 같은 근사한 남자의 끝없는 애정을 받다니, 너무나 부러웠다.

이 책은 참 티비를 틀면 나오는 드라마들과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다.
예쁘고 착하지만 돈이 없는 여자와 멋있고 돈도많은 남자가 잘 되고,
이러한 신분의 차이 때문에 주변의 여러 방해물들이 나타나지만 결국은 예쁘고 착한 여자와 돈많고 멋있는 남자와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신데렐라 스토리.

중간에 콜린스나 동생들 - 메리, 키티, 리디아 - 의 이야기가 곁들여지기도 하지만, 
메인 이야기는 역시 이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으나, 다아시의 애정표현이 직접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흥미진진해져서 다아시가 청혼하는 부분부터는 순식간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엘리자베스가 되어보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야기' 란 것은 우리에게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그 환상으로 행복해지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인 것 같다. 
그리고 제인 오스틴은 우리 여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환상을 제공해주었다.

*

아름다운 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오는 오만과 편견 영화도 너무 보고 싶어졌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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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 스탕달


적과 흑 1(세계문학전집 95)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스탕달 (민음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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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2(세계문학전집 96)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스탕달 (민음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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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길다.
읽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운동하면서 읽고 그래서 한 2주 동안 읽었나....

다 읽고 리뷰를 쓰는 데까지도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하 ^^;

*

스탕달은 낭만주의가 판치던 시대에 사실주의 작가라던데,
어떤 면에서 사실주의적이라는 걸까?

쥘리엥은 잘생겼다.
주인공이 잘 생겼다는 설정은, 내가 즐겨 읽던 인터넷 소설의 판타지와 별반 다를 바가 없잖아!

성격도 모난 편이고,
집안도 좋지 않은 가난한 이 쥘리엥이란 청년은 그럼에도 높은 신분의 빼어난 미인에게 사랑받는다
사실적이라고 느끼기엔 희한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쥘리엥의 이야기다
무식한 시골 아저씨 소렐 씨의 아들 쥘리엥이
파리까지 진출하여 출세를 향한 길을 걷는 이야기이고,
그리고 그 출세는 대부분이 높은 신분의 여인들의 사랑 덕택이다

재산이 없는 여자들이 재산 많고 신분 높은 남자를 꼬셔 신분상승을 꾀하는 게 보통 우리의 판타지가 아닌가.
그런데 1800년대의 이 소설은 정확히 이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다.
지체 높은 여자를 꼬셔서 출세가도를 꿈꾸는 남자의 이야기.
그것도 여자들의 사랑을 받는 방법이 남자의 '출중한 외모'라니,
정말이지 '예쁜 여자가 부자 남자와 결혼한다'라는 요즘의 진리와 정반대의 컨셉이 아닌가!!!

*

쥘리엥이 이 책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쥘리엥의 불륜이 들키지 않기를, 쥘리엥의 이 주제넘은 사랑이 들키지 않기를 나도 모르게 바래왔지만,
그러면서도 쥘리엥이란 이 인물에 대한 존경이나 사랑이 피어나지는 않았다

그가 직면한 상황들에서 어쩔 수 없게 하게 되는 번뇌,
사랑과 야망, 그리고 자존심 등에 대한 고민들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그의 번뇌는 뭐든지 빠르고 편리한 요즘의 우리들보다 훨씬 그 깊이가 깊고 심각하다
여자의 아주 작은 행동 온갖 상상과 끝없는 고민에 빠진다

사람의 감정이란 그 때나 지금에나 똑같아서인지,그런 격돌하는 감정들의 본질은 지금의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단지 그런 감정들의 무게가 좀더 가벼워지고 지속시간이 좀 더 짧아졌을뿐이랄까.
그렇기에 주인공들의 정을 묘사하는 부분은 장황하더라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가끔씩 풍경이나 그 때의 사회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이 다소 지루했다

*

결말 부분에서 쥘리엥의 인격은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나폴레옹을 열렬히 숭배하던 그의 야망은 가라앉고 그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그 때서야 쥘리엥이 진정으로 나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적과 흑'이란 제목은 무슨 뜻이었을까.
휴, 문학은 그 스토리에만 빠져서는 그 속에 숨은 시대적 의미나 작가의 의도를 알기 너무 힘들다
스탕달과 이 작품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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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 할레이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할레드 호세이니 (열림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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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두달 가까이 지난 지금 리뷰를 쓴다. 
이 책도 정말 재밌었다.
손에서 책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밌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딩굴거리며 책만 읽고 있는 나를 보고 룸메가 꾸짖었지만,
룸메도 이 책을 펴기 시작하더니 결국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단숨에 다 읽었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아미르라는 소년이 커가는 이야기인데,
단순한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더 무게가 있다.
쿠데타가 일어나고, 탈레반이 집권하고, 무시무시함 속에서 살아가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전쟁은 정말 무시무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종교의 이름을 갖다붙여 그럼 잔인한 일들을 자행하는 것을 보고, 
역시 종교 또한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은 무조건 잡아 죽이는......
그런 전쟁의 아픔 속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잃고, 
결국은 자살을 선택할 정도로 상처에 갇혀 살게 된 하산의 아들이 너무나 불쌍했다.
#
마지막 반전은 스포일을 하지 않기 위해 말하지 않겠지만,
반전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반전이 있다느 걸 전혀 예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 생각해 오던 모든 것들이 전혀 다른 충격적 진실로 변하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슬펐다.
#
하산과 아미르를 보면서, 역시 아이들의 유년시절은 모두 부모에 의해 결정된다는  걸 느꼈다.
아이의 사생활을 읽고 얼마 안 되었던  참이라, 마침 그런 면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
여러 나라의 소설을 읽어봤지만,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가끔씩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아프가니스탄을 보고, 미국과 탈레반과 아무튼 그사이에 껴서 정말 불쌍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끔찍한 상황의 나라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들만의 전통 문화를 가지고, 연을 가지고 연을 쫓으면서 나름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던 나라였다.
하지만 내전 속에서 그 모든 것들이 끔찍함으로 뭉그러져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전혀 다른 문화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신선했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것도 정말 다르고, 먹는 음식들도 다르고.
내전 때문에 미국으로 망명 온 아미르의 아버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누렸던 것과는 달리 가난한 삶을 영위하면서 다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생하는 것도 너무나 안타까웠다.
내가 미국 사람의 입장이었다면, 아미르의 아버지의 행동은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질 따름이었을 것이다. 
아미르의 아버지가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다 나름의 사연이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아미르가 "저희 아버지는 아직 적응을 하시는 중입니다" 하고 수습을 할 때, 
자신의 우상 같던 아버지가 그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
정말이지 "느낌 있는" 책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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