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리뷰'에 해당되는 글 38건
- 2010.06.11 적과 흑 - 스탕달
- 2010.05.25 연을 쫓는 아이 - 할레이드 호세이니
- 2010.05.25 빛의 제국 -김영하
- 2010.04.06 맛 - 로알드 달 1
- 2010.04.06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아툴 가완디
- 2010.04.06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 2
- 2010.03.10 아이의 사생활
- 2010.02.07 알라딘에서 지름신 발동 :)
- 2010.02.06 리스본행 야간열차1,2 - 파스칼 메르시어
- 2010.02.03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러스 애덤스
- 적과 흑 - 스탕달
- 책
- 2010. 6. 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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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길다.
읽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운동하면서 읽고 그래서 한 2주 동안 읽었나....
다 읽고 리뷰를 쓰는 데까지도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하 ^^;
*
스탕달은 낭만주의가 판치던 시대에 사실주의 작가라던데,
어떤 면에서 사실주의적이라는 걸까?
쥘리엥은 잘생겼다.
주인공이 잘 생겼다는 설정은, 내가 즐겨 읽던 인터넷 소설의 판타지와 별반 다를 바가 없잖아!
성격도 모난 편이고,
집안도 좋지 않은 가난한 이 쥘리엥이란 청년은 그럼에도 높은 신분의 빼어난 미인에게 사랑받는다
사실적이라고 느끼기엔 희한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쥘리엥의 이야기다
무식한 시골 아저씨 소렐 씨의 아들 쥘리엥이
파리까지 진출하여 출세를 향한 길을 걷는 이야기이고,
그리고 그 출세는 대부분이 높은 신분의 여인들의 사랑 덕택이다
재산이 없는 여자들이 재산 많고 신분 높은 남자를 꼬셔 신분상승을 꾀하는 게 보통 우리의 판타지가 아닌가.
그런데 1800년대의 이 소설은 정확히 이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다.
지체 높은 여자를 꼬셔서 출세가도를 꿈꾸는 남자의 이야기.
그것도 여자들의 사랑을 받는 방법이 남자의 '출중한 외모'라니,
정말이지 '예쁜 여자가 부자 남자와 결혼한다'라는 요즘의 진리와 정반대의 컨셉이 아닌가!!!
*
쥘리엥이 이 책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쥘리엥의 불륜이 들키지 않기를, 쥘리엥의 이 주제넘은 사랑이 들키지 않기를 나도 모르게 바래왔지만,
그러면서도 쥘리엥이란 이 인물에 대한 존경이나 사랑이 피어나지는 않았다
그가 직면한 상황들에서 어쩔 수 없게 하게 되는 번뇌,
사랑과 야망, 그리고 자존심 등에 대한 고민들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그의 번뇌는 뭐든지 빠르고 편리한 요즘의 우리들보다 훨씬 그 깊이가 깊고 심각하다
여자의 아주 작은 행동 온갖 상상과 끝없는 고민에 빠진다
사람의 감정이란 그 때나 지금에나 똑같아서인지,그런 격돌하는 감정들의 본질은 지금의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단지 그런 감정들의 무게가 좀더 가벼워지고 지속시간이 좀 더 짧아졌을뿐이랄까.
그렇기에 주인공들의 정을 묘사하는 부분은 장황하더라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가끔씩 풍경이나 그 때의 사회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이 다소 지루했다
*
결말 부분에서 쥘리엥의 인격은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나폴레옹을 열렬히 숭배하던 그의 야망은 가라앉고 그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그 때서야 쥘리엥이 진정으로 나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적과 흑'이란 제목은 무슨 뜻이었을까.
휴, 문학은 그 스토리에만 빠져서는 그 속에 숨은 시대적 의미나 작가의 의도를 알기 너무 힘들다
스탕달과 이 작품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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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제국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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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김영하 작가님이 왔었다.
'문학과 미디어'에 대해 강연하러.
여기 가면 김영하 작가님의 책 한권을 공짜로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달려갔다.
강연은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김영하 작가님은 정말 센스 넘치는 재밌는 분이셨다.
아무튼 그래서, 그 이후로 김영하 작가님의 책을 연속으로 2권이나 읽었다.
처음 읽은 책은 내가 김영하 작가님한테 싸인도 받은책, '빛의 제국' !!
*
책을 읽을 틈이 없이 너무나 바쁜 날이었지만,
배가 너무 아파서 잠이 안 왔다.
그래서 그냥 일단 수면제로 책을 좀 읽다가, 자려고 했지만 잘 수가 없었다.
표현들도 깔끔했고, 정말 재밌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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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로알드 달의 책을 정말 좋아했었다.
마틸다와 찰리와 쵸콜렛 공장은 정말 무한 싸이클해서 읽었었다.
그래서 로알드 달이 쓴 책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믿고 집어들었다.
여러 가지 황당무개한 단편 이야기들이 엮인 책이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하는 말은 비슷하다.
탐욕스러움이 남기는 최후.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은 대부분 재물욕을 다루는 데 비해, 성욕에 대해 다뤘던 「손님」이었다.
이 이야기가 여러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길기도 하고, 오래된 숙부의 일기를 읽는 액자식 구성에 뭔가 아무튼 심혈을 많이 기울인 듯한 대작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어디에서 반전이 나올까 계속 기다렸는데 마지막에 정말 눈곱만큼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났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
벌렁거리는 콧구멍으로 여자를 홀리는 호색한에다 거미줄로 짠 넥타이만 매는 숙부에 대한 묘사는 우선 그에 대해 커다란 흥미를 갖게 한다.
그리고 이 시나이 사막 이야기는 불륜을 들켜 사막으로 도망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불륜을 저질렀던 여자의 남편이 쫓아오는 게 아닐까, 그를 초대한 사람이 그 남편의 심복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계속 잠복해 있었다.
숙부와 함께 황홀한 밤을 보낸 사람은 주인장의 아내일까 딸일까, 주인장에게 들킬까 주인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정말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해 무한한 상상을 하게 한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
주인장 아저씨와 숙부와의 대화로 숙부의 일기가 끝을 맺고, 이 일기가 숙부의 마지막 일기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다.
로알드 달의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해 쓴 글은 처음 읽어봤다.
사람들은 로알드 달의 단편들이 짜릿하고 유쾌하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난 왠지 뻔한 스토리 전개를 통해 '착하게 살면 복받아요~!' 하고 말해주는 톨스토이의 단편선 같은 소설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톨스토이의 이야기가 극악한 인물과 정말 순수하고 선한 사람과의 대결이라면, 로알드 달의 이야기는 탐욕스러운 사람들 사이의 대결이다.
그래서 로알드 달 아저씨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진짜 막 소름이 돋는데 그런 느낌이 좀 무섭고 꿈에 나올 것 같다.
그래서인지 톨스토이의 소설, 로알드 달과 마찬가지로 잔인함이 있지만, 오직 그 잔인함은 극악한 인물에게만 적용되는, 그런 이야기가 뻔하디 뻔하더라도 차라리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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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4. 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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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난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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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정말 말 그래도 '아이의 사생활'이 궁금해서였다.
난 꼬꼬마들의 성장에서 오는 경이로움과 어린 시절의 인지 발달에 매우 관심이 많다.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뭔가 정말 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 담긴 아이의 심리 같은 것을 다루는 책은 아니었다.
성 정체성 / 다중 지능 / 자아 존중감 / 도덕성 등으로 나뉘어서 아이의 발달에 대한 총체적인 개념들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다룬다.
이런 내용들을 다루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여러 실험들 중 신기한 것도 정말 많았고, '이게 정말 사실이야?'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것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나는 어떻게 컸나, 나의 이 부분은 어떻게 발달했나,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날 키웠나, 하는 것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도덕성도 낮고 자아존중감도 낮고 성 정체성도 혼미하고, 다중지능도 잘 개발되지 않았고, 뭐 그런 생각이 들면서, 어렸을 때 부모님의 양육방식이 날 잘 키워내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 책은 어렸을 적에 많은 부분이 결정됨을 강조하기 때문에, 무언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 때문이다.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이 심오해지는 책이었다.
그저 꼬꼬마들에 대해 궁금해서 읽고 싶었던 처음 마음과는 달리, 그냥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사람의 삶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계속 읽으면서, 이 책에 나온대로 모범 부모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온 부모들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식이 다른 아이보다 뒤쳐지는데 그저 인내심을 갖고 바라볼 수 있으며, 아이의 사소한 호기심에 일일이 관심을 가져줄 수 있으며, 당췌 이해하기 힘든 아이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으며, 어린애 취급 않고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으며,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감정적이지 않게 대응할 수 있으며, 늘 모범적인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이를 가지기 전부터, 부모가 되면 이런 모습이 되어야지, 하고 수없이 다짐해보고, 부모로서의 역학을 끊임없이 숙지하여도, 그것을 모두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얼른 아이를 낳아서 사랑을 듬뿍 주며 키워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되는 일이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정말 내가 좀더 '어른'이 되면 아이를 낳아야겠다.
지금 내가 아이를 갖고 싶은 것은 그저 귀여운 나의 소유물을 갖고 싶은 어린애 같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이 책을 읽는다면 앞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부모가 되기에 어린 나 같은 사람이 읽더라도,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스스로의 자아존중감과, 자아정체성, 도덕성, 다중지능 등을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난 그저 '지금의 나'야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나란 사람은 거대한 과거가 만든 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과거,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봄으로서 나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또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부모와의 관계는 태어나자마자 처음 경험하는 관계이며, 불가피하고 지속적이며, 끊임없이 불만족하며, 그럼에도 너무나 사랑하는 관계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는 정말 하나의 세계이다.
나는 어떤 세계에서 커왔는지, 나의 후대에게 어떤 세계를 만들어볼 지 생각해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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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2. 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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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 그럼 말로는 도대체 뭘 해야 하느냐고 그레고리우스가 물었다. 독시아데스는 껄껄 웃었다. "스스로 말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지요! 그래서 말이 계속 이어지도록."
'상상력은 우리의 마지막 성소다.' 그가 늘 했던 말이지요.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내가 아빠의 상상에 대해 아는 게 있던가? 왜 우리는 부모의 상상에 대해 이다지도 모를까? 어떤 사람이 상상을 통해 받는 이미지에 대해 알지 못하면 우리는 이 사람에게서 과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부모들이 지닌 의도나 불안의 윤곽은, 완벽하게 무기력하고 자기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영혼에 달군 철필로 쓴 글씨처럼 새겨지지. 우리는 낙인찍힌 글을 찾고 해석하기 위해 평생을 보내면서도, 우리가 그걸 정말 이해했는지 결코 확신할 수 없어.
침대 끝에 걸터앉아 세상에 동화하며 살기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 - 계산이 된, 거리를 둔 - 이 옳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레고리우스라는 헤브라이어, 그리스어 등 고대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어느날 그가 아마데우 드 프라두 라는 포르투갈 의사가 쓴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아마데우 드 프라두를 좇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는 학교에 출근해서 아이를 가르치는 매일 똑같은 일상만 살아온, 다른 사람이 들으면 너무 지루한 인생처럼 들리는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전혀 다른 삶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글을 읽고, 거기에 대해서 그레고리우스가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피드백하는 형식의 글.
그리고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글에서는 읽을 수 없는 그의 진짜 삶과 역사를,
그와 삶을 함께 했던 사람들 - 그의 누이 아드리아나, 그의 환자였던 코우팅뉴 노인, 그의 오랜 연인이자 친구였던 마리아 주앙, 그의 스승이었던 바르톨로메우 신부,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조르지, 그의 늦둥이 동생 멜로디, 그와 함께 저항운동을 했던 주앙 에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삶을 붕괴시킬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 에스테피아- 과의 만남을 통해 알아가는 이야기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뛰어난 지적 능력과 외모를 지닌 사람이었고, 부유한 귀족이었으며, 그럼에도 삶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을 느꼈던 사람이고, 시를 사랑했던 예민한 감각의 사람이었다.
부유한 귀족 집안과 같은 특권을 지닌 사람들은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
자신의 특권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이며 행사하는 사람과, 그 특권을 부담스러운 짐처럼 여기는 사람.
아마데우 드 프라두는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의 특권은 그를 지탱해주는 무언가가 아니라 오히려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게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특권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자살이나 고통에 대한 항변을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지만,
사실 그들이 지닌 예민함은 평범한 농부의 아들보다 더 괴로운 인생을 선사할 지도 모른다.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이 가르치는 언어를 정말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아마데우 또한 '아마데우가 언어 그 자체'라고 느껴질 만큼 언어를 사랑하고 글을 읽고 쓰는 것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언어'였다.
마지막에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레고리우스와 같은 기차를 탄 여자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이 「말이 있기 전, 세상의 침묵」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리라.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정말 여러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의 나라 언어를 쓰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그래서 일제시대 때 자신의 이름도 일본어식으로 바꿔서 부르곤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을 담은 것이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살면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 영혼은 사실이 있는 장소인가, 아니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 이야기의 거짓 그림자에 불과한가? - 이 어느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언어는 곧 영혼이고 영혼은 곧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책을 지은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페터 비에리)는 대학에서 언어철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소설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게 아닐까.
이탤릭체로 쓰여진 글들은 모두 책속의책, 즉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쓴 글들이다.
그가 쓴 글들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한 단어 한 단어 정성들여 읽어야 하는 시 같아서 읽는 데 오랜 시간 이 걸린다.
하지만 그렇게 그의 문장들을 꼼꼼히 읽다보면(그의 글을 따라 써보기 까지 하는 그레고리우스만큼은 못하지만), 어느새 아마데우의 고뇌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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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2. 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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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이나 되서....
저번 학기 때 참 나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 책이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와서 이 책을 읽고 뒹굴거리면서 신선한 풍자에 지적 쾌감을 느끼다 어느새 나도 몰래 잠들곤 했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부터 정말 온몸의 소름이 돋는...은 아니고....위트 있는 풍자로 시작한다.
고속도로가 지나가야 한다며 주인공(이름도 가물가물한데.. 아서라고 추정되는)의 집을 허문다.
아서는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포크레인이 들어오는 정원에 누워서 비키지 않다가,
포드의 회유에 넘어가서 포드와 함께 맥주집으로 간다.
맥주집에서 포드의 이야기를 듣던 중, 보고스 족들이 초공간고속도로인지 무엇인지 아무튼 우주의 고속도로 격인 길을 뚫는데 지구가 방해된다고, 지구를 흔적도 없이 폭파시킨다.
그러나 포드와 아서는 포드의 능력으로 보고스족 우주선으로 구조되고,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화려한 수사어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묘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스토리는 재미있고 스릴 넘치기 때문에 정말 술술 읽힌 책이다.
그럼에도 넓은 우주를 종횡무진하며 쓰여진 이야기는 우주적 관점에서 우리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지구에서의 삶의 의미라던지, 하는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때론 정말 '철학'이란 게 숫자 42보다도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지구를 삶과 우주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어느 외계인들이 설계한 컴퓨터라는 설정.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처음엔 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그냥 룸메가 빌려온 책을 기차에서 심심할까봐 빌려서 읽었고,
읽다보니 내려야되는 역에서 못 내릴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고,
수업시간에도 몰래몰래 빼서 읽다가 푸하하 웃음이 터질 뻔한 부분도 많았고,
아무튼 참 재미있는 풍자소설이다.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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